30일 스리랑카 콜롬보 앞바다에서 소방선이 불이 난 화물선 엑스 프레스 펄호에 물을 뿌리고 있다. 이번 화재는 지난 20일 발생했으나, 12일째인 이날까지도 완전히 진화되지 않았다. 콜롬보/로이터 연합뉴
스리랑카 콜롬보 앞바다에서 발생한 대형 화물선 화재가 12일째 지속되고 있다. 배에 실렸던 화학 물질이 연소되거나 바다로 유출되면서 스리랑카 역사상 최악의 해상 화재가 되고 있다.
31일(현지시각) <가디언> 등 보도를 보면, 스리랑카 당국은 지난달 20일 발생한 화물선 엑스 프레스 펄호의 화재 진압을 12일째 진행했다. 스리랑카 당국은 “큰 불은 잡혔다”고 밝혔지만, 사고 현장에서 18㎞ 떨어진 콜롬보에서 지난 주말까지 폭발음이 들렸고, 짙은 연기와 작은 불꽃도 볼 수 있었다. 스리랑카 당국은 완전한 진화까지 며칠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싱가포르 선적인 이 배에는 플라스틱 원료와 질산, 수산화나트륨 등 화학 물질이 컨테이너 1486개에 실려 있었다. 이 가운데 비닐봉지를 만드는데 쓰이는 원료도 컨테이너 28개에 담겼고, 운항에 필요한 연료도 300톤 이상 실려 있었다.
31일 스리랑카 콜롬보 해변에서 작은 게가 플라스틱 원료인 폴리에틸렌 알갱이가 깔린 해변을 지나고 있다. 콜롬보/AP 연합뉴스
이미 상당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유명 휴양지인 네곰보와 칼루타라 해변에 플라스틱 알갱이가 쌓이고 있고, 주변 바다에는 기름띠가 형성됐다. 비닐봉지 원료인 플라스틱 알갱이를 먹고 죽은 바다거북과 물고기, 새 등의 사체도 해변에 밀려들고 있다. 다샤니 라한다푸라 스리랑카 해양환경보호청장은 “이번 화재는 내 생애 최악의 사고”라고 말했다. 해양환경보호청은 화학물질 유출로 바닷물이 오염되고, 산호초와 석호, 맹그로브 등이 피해를 입었다며 이를 복구하는데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스리랑카 당국은 해안가로 밀려든 화재 파편 등을 처리하기 위해 방호 장비를 착용한 수 천 명의 해군 요원을 동원했다.
스리랑카 당국은 환경 오염 등 책임을 물어 선주와 선원 등을 고소할 예정이다. 스리랑카 해양환경보호청은 최근 법무부 쪽과 면담해 선주와 선원, 보험사 등을 상대로 한 법적 대응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달 20일 수도 콜롬보에서 북서쪽으로 약 18㎞ 떨어진 지점에서 항구 정박을 위해 대기하던 중 발생했다. 이 배는 카타르, 두바이 구자라트를 거쳐 콜롬보로 향하고 있었다. 지난달 25일 선원 25명이 전원 구조됐고, 2명은 다리에 부상을 입어 입원 중이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29일 스리랑카 해군 군인들이 방호복을 입고 콜롬보 해변에 밀려온 화재 파편 등을 치우고 있다. 콜롬보/AF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