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각)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그린우드문화센터에서 열린 ‘털사 인종 대학살’ 100주기 기념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털사/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각) 공화당이 장악한 주들이 투표권을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하는 것을 “민주주의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이라고 비판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투표권 보호 임무를 맡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 역사상 최악의 인종 폭력 사건으로 불리는 ‘털사 인종 대학살’ 100주기를 맞아 오클라호마주 털사를 방문해 연설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털사 대학살은 1921년 5월31일부터 1박2일 동안 털사의 그린우드에서 백인 폭도들의 공격으로 흑인이 최대 300명 숨진 사건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텍사스, 플로리다, 애리조나, 조지아 등 공화당이 지역 정부와 의회를 장악한 주들에서 투표 참여를 더 어렵게 하는 법안을 이미 제정했거나 추진하는 것을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실로 전례 없는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투표권을 보호하겠다면서 “우리 노력의 중요성을 보여주고자 오늘 나는 해리스 부통령에게 이런 노력을 도와서 이끌도록 요청한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도 곧바로 성명을 내어 “지난해 대선 이후 미국인들이 투표하기 더 어렵게 하는 법안들이 전국에 걸쳐 380개 이상 발의됐다”며 “우리는 미국인들이 어디에 사느냐에 관계 없이 근본적인 투표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몇주 동안 나는 전국에 걸쳐 투표권 노력을 강화하는 것을 돕기 위해 국민들과 관여하고 투표권 단체, 공동체 기구, 민간 영역 등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1월3일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뒤, 공화당이 권력을 쥔 주들을 중심으로 투표 문턱을 높이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뉴욕대 브레넌정의센터 집계로, 현재까지 14개 주에서 이런 법들을 제정했다. 최근에는 텍사스주에서 24시간 투표와 드라이브 스루 투표를 없애는 등의 입법 추진을 놓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갈등을 겪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투표권 보호를 강조하고 나섰지만 공화당의 반대 때문에 실행까지는 장벽이 높다. 민주당이 여유 있게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하원은, 지난 3월 투표권 확대 조처를 담은 ‘국민을 위한 법’을 통과시켰지만 공화당과 민주당이 동수인 상원 문턱은 못 넘고 있다. 이 법은 유권자 자동 등록, 최소 2주간 조기투표 실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상원을 통과하려면 60석이 필요하다. 민주당 안에서도 조 맨친 의원 등 일부는 더 확대된 새 법을 제정하지 말고 기존 법을 개정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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