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랭카스터 하우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 둘째날인 5일(현지시각)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주요 7개국(G7)이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설정하기로 합의했다. 나머지 대다수 국가들이 동참할 경우,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세율 낮은 나라에 법인을 둬온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대기업들에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7개국 재무장관들은 4~5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연 회의 뒤 6일 성명을 내어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적어도 15%로 설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주요 7개국은 미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이다.
이들은 또한 이익률이 10% 이상인 대규모 다국적 기업들에 대해서는 매출이 발생한 국가가 이익의 20%에 대해 과세할 수 있도록 했다. 합의문에 특정 기업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외국에서 큰돈을 벌어들이면서도 세금은 내지 않은 미국 기반의 글로벌 기업들을 겨냥한 조처다.
글로벌 최저 법인세 도입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나서면서 국제적 논의가 활발해졌다. 바이든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35%에서 21%로 내린 법인세율을 중간 수준인 28%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낙수효과는 작동한 적 없었다”며 대기업과 부자들의 세금을 올려서 인프라 투자와 복지 확대의 재원을 충당한다는 구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글로벌 최저 법인세 도입은 국내적으로 법인세 인상의 명분을 강화하고, 미국 기업들이 세율이 더 낮은 국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번 합의에 대해 성명을 내어 “글로벌 최저 법인세는 법인세 바닥 경쟁을 끝내고, 미국과 전세계의 중산층,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정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옐런 장관은 기자들에게 이번 합의는 트럼프 시대 이후 다자협력이 부활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글로벌 최저 법인세 도입과 짝을 이뤄 논의된 것은 디지털세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은 미국의 정보기술(IT) 대기업들에 디지털세라는 것을 만들어 과세해왔다. 이번 주요 7개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미국은 디지털세를 즉시 없애기를 원했지만, 유럽 국가들은 이번 합의안이 최종적으로 적용된 후에 하겠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재무장관들의 합의는 7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와 10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의를 거쳐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낮은 법인세율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나라는 법인세율이 12.5%로 서유럽에서 가장 낮은 아일랜드다. 아일랜드는 낮은 법인세율을 통해 구글, 애플 등 거대 정보기술 기업들의 유럽본부를 유치했다. 파스칼 도노호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주요 7개국 재무장관 합의대로 법인세율이 올라가면 연간 법인세의 5분의 1, 약 20억유로(약 2조7000억원)를 잃는다며 12.5% 세율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에서도 국내적으로 공화당이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도입은 미국 기업들에 손해가 된다며 반대하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지적했다.
최저 법인세율 도입으로 타격이 예상되는 미국의 정보기술 대기업들은 확실성 측면에서 이번 합의를 환영한다는 원론적 논평을 냈다. 페이스북은 대변인 닉 클레그는 트위터에 “페이스북은 주요 7개국이 많은 중대한 진전을 환영한다”며 “오늘의 합의는 기업들의 확실성을 향한 중대한 첫걸음이고, 글로벌 과세 체계에 대한 대중의 믿음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구글도 “국제 조세 규칙을 업데이트하려는 노력을 강력하게 지지한다”며 “각국이 균형 잡히고 지속가능한 합의를 곧 완료하기 위해 계속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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