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7일(현지시각) 과테말라의 과테말라시티에서 알레한드로 지아마테이 대통령과 만난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중미 지역 사람들에게 “(미국으로) 오지 마라”고 말하고 있다. 과테말라시티/로이터 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7일(현지시각) 과테말라를 방문해 “미국으로 오지 마라”고 호소했다. 미국-멕시코 국경으로 몰려드는 중미 사람들의 이민 행렬을 줄여보려는 시도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과테말라에서 알레한드로 지아마테이 대통령과 만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의 목표는 과테말라 국민들이 국내에서 희망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나는 미-멕시코 국경을 향해 위험한 여정에 나서려고 하는 이 지역 사람들에게 명확히 하고 싶다”며 “오지 마라, 오지 마라”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는 미국은 계속 국경을 지킬 것이며, 불법적으로 들어오는 이들을 돌려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으로의 도피를 택하게 하는 과테말라의 열악한 경제·인권 등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 법무부 등을 중심으로 해 중미 지역에서의 인신매매, 밀수, 부정부패를 다룰 태스크포스를 신설하고, 젊은 여성의 권익 신장을 위한 프로그램에 3년간 40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또 과테말라의 농업과 주택에 투자하고 기업인을 돕겠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과테말라 방문에 이어 멕시코로 향했다. 그가 취임 뒤 외국 방문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월 그를 남부 국경의 불법 이민 문제에 관한 사령탑으로 지명한 뒤 첫 구체적 행동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뒤 미성년 밀입국자를 추방하지 않고 시민권 취득의 길을 열어주는 이민개혁법안을 내놓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불법 이민자의 부모와 아이를 분리했던 ‘무관용 정책’을 폐지했다. 이와 맞물려 미-멕시코 국경에서는 수용시설이 부족할 정도로 가족 단위 또는 미성년자들의 나홀로 밀입국 시도가 늘었다. 지난 4월 미-멕시코 국경에 수용된 이는 21년 만에 최고치인 17만8000명에 이르렀다. 이들은 대부분 중미의 ‘북부 삼각지대’로 불리는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출신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들 국가에서 미국으로 몰려드는 이유로 부정부패, 경제적 기회 부족,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 코로나19 여파 등을 꼽고, 해당 국가들과 이를 줄이도록 협력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으로 밀입국 행렬을 단기간에 억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 언론은 해결 어려운 이민 문제가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해리스 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미 민주당의 대표적 진보 인사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이날 해리스 부통령의 “오지 마라” 발언 영상을 트위터에 올리고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첫째, 미국의 어떤 국경에서도 망명을 추구하는 것은 100% 합법적인 입국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둘째, 미국은 수십년 동안 라틴아메리카의 정권 교체와 불안정화에 기여해왔다”며 “누군가의 집이 불타도록 돕고 나서 그들이 도망치는 것을 비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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