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중국 금융당국을 비판했다가 모습을 감춘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전 회장이 “몸을 낮추며” 스포트라이트를 피하고 있다고 차이충신 알리바바그룹 부회장이 말했다. 차이 부회장은 그의 일과 우리 사업은 구분해야 한다며 마 전 회장과 알리바바 사이에 선을 긋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차이 부회장은 15일(현지시각) 미국 <시엔비시>(CNBC)와 한 인터뷰에서 ‘마윈의 사업은 어떻게 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마윈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와 우리 사업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사업은 아시다시피 재정적인 측면과 반독점 규제 측면에서 구조조정을 받고 있다”고 말한 뒤, 마윈에 대해 “그는 괜찮다. 몸을 낮추고 있다. 최근 취미로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는데 실력이 괜찮다”고 말했다.
‘최근 마윈에게 일어난 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차이 부회장은 “마윈은 2년 전에 회사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났고 장융에게 자리를 물려줬다”며 “마윈이 엄청난 힘을 가졌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그는 당신이나 저와 같이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과 달리, 마 전 회장은 2019년 알리바바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활발한 대외 활동을 벌여왔다. 하지만 마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상하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중국 금융당국을 ‘전당포’에 견주며 “낡은 잣대로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난한 뒤 당국으로부터 자신은 물론 회사까지 집중 공격을 당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 등 금융 당국은 지난해 11월 초 앤트그룹 경영진을 소환해 질책했고, 역대 최대 규모(약 350억달러)로 예상됐던 앤트그룹의 홍콩·상하이 증시 동시 상장 계획을 전격 중단시켰다. 중국 당국은 지난 4월 알리바바에 182억위안(약 3조1천억원)의 반독점 과징금도 부과했다. 마 전 회장은 자신이 세운 후판대 총장직에서도 물러날 예정이다.
중국 당국의 매서운 조처는 마 전 회장에게만 향한 것은 아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부터 반독점 규제를 내세워 중국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규제에 나서고 있다. 중국 시장감독총국은 시가총액 기준 중국 최대 기업인 텐센트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 등을 이유로 100억위안(약 1조7천억원) 이상의 벌금을 매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 전 회장과 어깨를 겨루던 중국의 온라인 창업자들도 속속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있다. 중국 5위 부호인 장이밍 바이트댄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20일 돌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에는 중국 전자상거래 3위 업체 핀둬둬 창업자이자 회장이었던 황정이 조기 은퇴를 선언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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