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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3시간 첫 대면한 바이든-푸틴, 해킹·인권 충돌…‘전략적 안정’ 접점도

등록 2021-06-17 06:44수정 2021-06-17 07:56

[미-러 정상회담]
바이든 “우리도 상당한 사이버 능력…대응할 것”
푸틴 “대부분의 사이버 공격은 미국에서 수행”

바이든, 러 반체제 인사 나발니 탄압도 제기
푸틴은 미 의사당 난입사태 거론하며 비꼬아

핵전쟁 위험 줄일 ‘전략적 안정’ 대화하기로

바이든 “관계 개선 전망…몇달 뒤 살펴봐야”
푸틴 “바이든 균형잡혀…신뢰의 섬광 비쳐”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의 ‘빌라 라 그렁주’에서 첫 정상회담을 시작하면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제네바/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의 ‘빌라 라 그렁주’에서 첫 정상회담을 시작하면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제네바/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한 첫 대면 정상회담에서 사이버 해킹, 인권 탄압 등을 놓고 첨예하게 부딪쳤다. 두 정상은 그러나 핵전쟁 위협을 줄이기 위한 ‘전략적 안정’에 관한 대화를 시작하기로 하는 등 긴장 완화를 위한 일부 접점도 찾았다.

사이버 해킹 놓고 티격태격

바이든과 푸틴은 이날 제네바의 고택인 ‘빌라 라 그렁주’에서 소인수 및 확대까지 모두 3시간 동안 회담을 한 뒤, 푸틴, 바이든 순서로 각자 다른 장소에서 별도 기자회견을 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의제는 사이버 해킹이었다. 미국은 러시아가 2016·2020년 미 대선에 개입했고, 최근 정부기관 해킹과 송유관 회사 컬러니얼파이프라인에 대한 랜섬웨어 공격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지목해왔다.

바이든은 회담에서 푸틴에게 에너지·급수 등 핵심 인프라 16개 분야의 목록을 제시하고 “이들은 사이버 공격 금지 대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바이든은 “나는 푸틴에게 우리가 상당한 사이버 능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그들이 기본 규범을 어기면 그도 알다시피 우리는 사이버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푸틴은 대가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내가 행동할 것이라는 점을 안다”고 했다. 하지만 푸틴은 기자회견에서 “전세계 사이버 공격의 대부분은 미국의 사이버 영역에서 수행된다”며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거듭 부인했다. 다만 두 정상은 미-러가 사이버 공격에 관한 협의를 하기로 했다고 공통적으로 밝혔다.

바이든, 인권 문제 제기…푸틴은 미 의사당 난입 사태 거론

인권 문제도 중요한 의제였다. 바이든은 회견에서 “미국 대통령이 어떻게 인권 위반에 대해 목소리 높이지 않을 수 있냐”며 “인권은 언제나 (대화) 테이블 위에 있을 거라고 푸틴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우리 모두가 지킬 수 있는 기본적 규칙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푸틴에게 말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러시아의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탄압도 회담에서 꺼냈다. 그는 나발니가 감옥에서 숨진다면 “대단히 파괴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푸틴에게 분명히 말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외국인 투자자 확보나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파트너 찾기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푸틴은 기자회견에서 나발니를 이름 대신 “그 사람”이라고 가리키면서 “그는 자신이 러시아 법을 어기는 것을 알았고, 구속되는 걸 원했다”며 정치적 탄압을 부인했다. 푸틴은 오히려 미국에서 지난해 5월 경찰 폭력으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일과 1월6일 의사당 난입 사태를 언급하며 “그런 일이 러시아에서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미국을 비꼬았다.

바이든은 회견에서 “나는 하러 온 것을 했다”며 “첫번째로 양국이 상호 이익 증진과 전 세계적 이득을 위해 할 수 있는 실용적 노력의 영역을 확인하는 것, 두 번째로 미국은 우리와 동맹의 핵심 이익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응할 것이라는걸 직접 전달하는 것, 세 번째는 우리나라의 우선순위 및 우리의 가치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담 분위기는 긍정적…전략적 안정 대화 시작하기로

두 정상은 회담 분위기가 험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바이든은 “꽤 솔직했다. 전체 회담 톤은 좋고 긍정적이었다”며 “협박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은 냉전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푸틴 또한 기자들에게 바이든을 “균형잡히고 경험 많은 사람”이라며 “회담이 건설적이었다. 우리는 전반적으로 같은 언어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두 정상은 몇가지 합의를 이뤘다. ‘전략적 안정에 관한 미-러 대통령 공동성명’이 대표적이다. 두 정상은 성명에서 “우리는 미국과 러시아가 긴장의 기간에도 전략적 영역에서 예측가능성을 보장하고 무력 충돌의 위험과 핵전쟁의 위협을 줄이려는 공동의 목표에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보여왔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의 연장은 핵무기 통제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보여준다”며 “오늘 우리는 핵전쟁으로 승리할 수 없고 절대 싸워서도 안 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이러한 목표와 일치되게, 미국과 러시아는 통합적인 양자 전략적 안정 대화를 가까운 미래에 시작할 것”이라며 “이 대화는 신중하고 강력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어 “이 대화를 통해 우리는 미래의 군비 통제와 위험 감소 조처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미-러는 실전 배치 핵탄두 수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운반체를 일정 숫자 이하로 줄이기로 한 뉴스타트 협정을 지난 1월에 5년 연장한 바 있다. 이번 공동성명은 미-러가 뉴스타트 연장을 넘어 좀더 포괄적인 핵군축에 대한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무력 충돌 위협을 낮추고 안정성을 높이자는 데 양쪽이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두 정상은 또 미-러 관계 악화 속에 수개월째 워싱턴과 모스크바를 떠나 각자 본국에 머물고 있는 양쪽의 대사들을 임지로 복귀시키기로 합의했다고 푸틴은 전했다. 그는 구체적인 복귀 시기는 “기술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푸틴은 양국에 수감중인 상대국 국민을 돌려보내는 문제에 대해서도 양국 외무부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바이든과 새로운 이해와 신뢰의 수준에 이르렀냐’는 질문에 “레프 톨스토이가 말했듯이 인생에는 행복은 없으며 오직 행복의 섬광만이 있을 뿐”이라며 “현재의 (미-러 관계) 상황에서 가족 간의 신뢰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신뢰의 섬광은 비쳤다”고 말했다.

바이든도 “푸틴과 내가 갑자기 그 모든 게 효과가 있을 일들을 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여기에 있는 게 아니다”라며 “우리의 가치와 원칙에 기반한 단 하나의 것도 포기하지 않고 두 나라 관계를 상당히 개선할 진정한 전망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앞으로 3~6개월 뒤” 제대로 합의가 진행되고 있는지 돌아봐야할 것이고 했다. ‘푸틴이 행동을 바꿀 거라고 믿느냐’는 질문에는 “이건 신뢰에 관한 게 아니라 자기이익과 그 검증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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