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노예해방일을 연방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에 서명한 뒤 흑인 사회 지도자 등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의 노예해방일이 156년 만에 연방 공휴일로 지정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미국에서 노예해방일로 기념해 온 ‘6월19일’을 연방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에 서명했다고 <뉴욕 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서명행사에서 “위대한 나라는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을 외면하지 않고 끌어안는다”며 “지난 몇 달 동안 대통령직을 수행했는데, 이번 서명이 내가 대통령으로서 누리게 될 가장 큰 영예 중 하나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의회와 흑인 사회 지도자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노예해방일은 성탄절, 추수감사절, 독립기념일 등에 이어 미국의 11번째 연방공휴일이다. 올해는 19일이 토요일이어서 하루 전인 18일에 쉰다. 이미 미국의 거의 모든 주가 노예해방일을 공식 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딱 1개 주 사우스다코타주만 아직 노예해방일을 휴일로 지정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노예해방일은 6월(June)과 19일(Nineteenth)을 합쳐 ‘준틴스’(Juneteenth)라고 부른다. 1865년 4월9일 남부의 항복으로 흑인 노예가 해방되고, 두 달 뒤인 6월19일 텍사스 갤버스턴의 노예들이 미국 노예 중 마지막으로 노예 해방 소식을 들은 날을 기념하는 것이다. 텍사스는 미국 남부에서 흑인 노예가 가장 많은 주로 당시 약 350만명 이상의 흑인들이 노예 신분에서 해방됐다고 <비비시>(BBC)는 전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노예 해방 선언을 한 지 2년 반 만이다.
지난해 5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을 눌려 사망한 뒤 흑인 인권을 지키는 시위가 미국은 물론 전 세계로 확산했다. 노예해방일을 연방공휴일로 하는 법안은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고, 전날 하원에서는 찬성 451 대 반대 14로 통과했다.
앞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시절 노예해방일을 연방 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을 공동 발의했지만,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법안은 통과되지 않았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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