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1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텔레비전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
부시 행보
‘위안화 절상’ 거듭 촉구
이란제재 동참요구도 절실
‘위안화 절상’ 거듭 촉구
이란제재 동참요구도 절실
“중국의 (핵)확산 경력은 가장 심각한 문제다. (조지 부시 행정부는) 지금 당장 미국 이익을 보호하고 증진할 수 있는 정책을 취해야 한다.”(헤리티지재단 보고서)
“부시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인권 증진의 시간표를 분명하게 확약받을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앰네스티인터내셔널 성명)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경제·인권단체와 싱크탱크들이 쏟아내는 발언들은 정치·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중국을 최대한 압박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워싱턴포스트>는 16일치 사설에서 “부시가 후 주석과 자주 만나는 게 잘못됐다는 건 아니지만…”이라는 단서를 달면서 “부시 행정부 정책이 (수많은 중국 비판이 쏟아지는)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백악관은 국내의 중국 비판을 잠재울 생각이 별로 없다. 중국 쪽이 원했던 ‘국빈방문’의 상징인 공식만찬은 일정에 들어있지 않다. 백악관 뜰에서 의장대 사열을 하고 21발의 예포를 발사하는 게 후 주석에게 해주는 최대 예우다. 중국 국가주석 가운데 첫 공식방문을 국빈방문으로 하지 않는 건 후 주석이 유일하다.
지난 10일엔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 후 주석을 압박했다. 그는 “2천억달러의 무역적자를 (중국에) 보고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게 공정한 무역이냐고 회의하는 나라로 후 주석이 온다. 만약 그가 통화 문제(위안화 절상 문제)를 거론한다면 미국민들이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요구’했다.
이런 분위기는 ‘중국과 협력할 것인가, 대립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는 시점에 후 주석 방미가 이뤄지는 탓이 크다. 대테러전쟁에서 중국 협력이 절실하던 2002년 장쩌민 주석의 방미 때와는 크게 다르다.
정상회담 성과가 별로 없으리란 전망도 싸늘한 분위기에 일조를 한다. 후 주석은 미국 방문길에 보잉,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160억달러 규모의 구매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하지만 미국 의회가 가장 관심을 보이는 위안화 절상 문제에선 양보할 기미가 없다.
프레드 버그스텐 국제경제연구소(IIE) 소장은 지난주 열린 세미나에서 “경제 문제에서 진전이 없으면 외교·안보 사안에서의 협력이 더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후 주석이 이란 핵문제에서 미국 편을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감추지 않는다. 이라크 문제로 수렁에 빠진 부시 대통령으로선, 지금 중국이 이란 제재에 동참해주는 것만큼 고마운 선물이 없다. 북한 문제 역시 비슷하다. 하지만, 데릭 미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인권 문제를 포함한 외교 사안들에서) 중국이 어떤 것도 양보하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무역·안보 마찰 최소화 ‘좋은 관계 확보’에 주력
후진타오 행보
162억달러 구매 성의 표시
이란 석유의존도 높아 등 못돌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방미 길에 오르면서 어깨에 진 가장 중요한 임무는 ‘미국과 더 좋은 관계를 확보’하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안정된 외부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방미에 대해선 1979년 덩샤오핑의 방미, 1997년 장쩌민의 방미처럼 두 나라 관계 심화에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다. 왕이저우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부소장은 17일 “중·미 두 나라의 상호 의존도는 점점 높아져왔지만 두 나라의 마찰 또한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후 주석의 이번 방미는 취약한 중·미관계의 인장강도를 높여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중국은 이번 후 주석 방미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적지 않은 성의를 보여왔다. 지난 3일 우이 부총리가 중국 111개 기업 대표단으로 구성된 구매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해, 13개 주 14개 도시를 돌며 46억달러(약 4조6000억원)어치의 보잉737 여객기 80대를 포함해 모두 162억달러(약 16조2000억원)에 이르는 ‘구매전표’를 끊었다. 이는 지난해 2010억달러라는 사상 초유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미국에 대한, 일종의 ‘위문공연’인 셈이었다. ‘쇼핑’을 마친 우이 부총리는 “중-미 무역의 균형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미국 쪽이 감동했다는 보도는 없었다. 중국은 13일에는 상무·재정·정보산업부와 국가판권국 공동으로 행정명령을 내려, 모든 컴퓨터 생산업체에 정품 운영체계 사용을 의무화하는 조처를 취했다. 이 또한 ‘해적판’ 단속을 강력히 요구해온 미국에 대한 ‘성의 표시’로 풀이됐다. 안보와 국제문제에서도 미국 쪽의 의혹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정지작업이 진행됐다. 양제츠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14일 기자회견에서 중·미 두 나라가 지금까지 반테러, 핵 확산 반대, 다국적 범죄, 대규모 전염병 방지, 금융 안정, 에너지 개발과 환경보호 등 여러 영역에서 협력해왔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낙관론보다 비관론이 우세한 편이다. 이는 △미-중 무역 역조가 너무 심각하고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에 대한 두 나라 이견이 너무 큰데다 △이란 핵문제에 대해 중국이 공개적으로 미국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란 문제의 경우, 두 나라 이견은 쉽게 풀기 어려워 보인다. 당장 후 주석의 방미 직후 이란에 대한 미국의 최후통첩이 만기를 맞지만, 이란산 석유와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중국은 계속 ‘이란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 문제를 올릴 경우, 중국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번 방미 때 두 나라 사이 갈등이 오히려 증폭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후 주석이 이란 핵문제에서 미국 편을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감추지 않는다. 이라크 문제로 수렁에 빠진 부시 대통령으로선, 지금 중국이 이란 제재에 동참해주는 것만큼 고마운 선물이 없다. 북한 문제 역시 비슷하다. 하지만, 데릭 미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인권 문제를 포함한 외교 사안들에서) 중국이 어떤 것도 양보하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무역·안보 마찰 최소화 ‘좋은 관계 확보’에 주력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외빈을 맞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162억달러 구매 성의 표시
이란 석유의존도 높아 등 못돌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방미 길에 오르면서 어깨에 진 가장 중요한 임무는 ‘미국과 더 좋은 관계를 확보’하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안정된 외부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방미에 대해선 1979년 덩샤오핑의 방미, 1997년 장쩌민의 방미처럼 두 나라 관계 심화에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다. 왕이저우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부소장은 17일 “중·미 두 나라의 상호 의존도는 점점 높아져왔지만 두 나라의 마찰 또한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후 주석의 이번 방미는 취약한 중·미관계의 인장강도를 높여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중국은 이번 후 주석 방미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적지 않은 성의를 보여왔다. 지난 3일 우이 부총리가 중국 111개 기업 대표단으로 구성된 구매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해, 13개 주 14개 도시를 돌며 46억달러(약 4조6000억원)어치의 보잉737 여객기 80대를 포함해 모두 162억달러(약 16조2000억원)에 이르는 ‘구매전표’를 끊었다. 이는 지난해 2010억달러라는 사상 초유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미국에 대한, 일종의 ‘위문공연’인 셈이었다. ‘쇼핑’을 마친 우이 부총리는 “중-미 무역의 균형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미국 쪽이 감동했다는 보도는 없었다. 중국은 13일에는 상무·재정·정보산업부와 국가판권국 공동으로 행정명령을 내려, 모든 컴퓨터 생산업체에 정품 운영체계 사용을 의무화하는 조처를 취했다. 이 또한 ‘해적판’ 단속을 강력히 요구해온 미국에 대한 ‘성의 표시’로 풀이됐다. 안보와 국제문제에서도 미국 쪽의 의혹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정지작업이 진행됐다. 양제츠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14일 기자회견에서 중·미 두 나라가 지금까지 반테러, 핵 확산 반대, 다국적 범죄, 대규모 전염병 방지, 금융 안정, 에너지 개발과 환경보호 등 여러 영역에서 협력해왔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낙관론보다 비관론이 우세한 편이다. 이는 △미-중 무역 역조가 너무 심각하고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에 대한 두 나라 이견이 너무 큰데다 △이란 핵문제에 대해 중국이 공개적으로 미국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란 문제의 경우, 두 나라 이견은 쉽게 풀기 어려워 보인다. 당장 후 주석의 방미 직후 이란에 대한 미국의 최후통첩이 만기를 맞지만, 이란산 석유와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중국은 계속 ‘이란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 문제를 올릴 경우, 중국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번 방미 때 두 나라 사이 갈등이 오히려 증폭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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