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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기구·회의

“빠른 세계화는 오히려 역효과”

등록 2006-06-29 18:27수정 2006-06-29 18:29

아시아 · 태평양 무역보고서
UNDP “고용없는 성장” 경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빠른 세계화가 고용 없는 성장과 전통산업 도태라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유엔개발계획(UNDP)이 지적했다. 유엔개발계획은 가난한 이들을 배려하는 ‘인간 관점의 무역’을 강조하고 나섰다.

29일 이 기구가 발표한 ‘아시아·태평양의 인간 개발을 위한 무역 변화’ 보고서를 보면, 세계 무역에서 이 지역 비중은 1970년대 초 13~14%에서 2000년대 22~24%로 뛰었다. 그러나 1980년대에 3억3700만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는데, 90년대에는 절반 수준인 1억7600여만개에 그쳤다. 동아시아의 경우 제조업 산출량이 90년대에 180% 성장하는 동안 고용은 3% 늘었을 뿐이다.

기술집약적 제조업이 수출의 중심이 돼가면서 고용 창출력이 떨어졌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1990년대 이래 가장 무역 중심적인 모습을 보인 중국이나 싱가포르 등은 실업률의 엄청난 증가를 겪었다”고 지적했다. 동남아시아의 젊은층 실업률은 17.1%에 이른다.

아태 지역 전체의 경제성장 면에서 무역 증대는 긍정적인 효과를 냈지만, 가난한 나라들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정적 결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2003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 평균이 375달러인 남아시아·태평양의 14개 저개발국가들은 무역적자 확대와 그에 따른 외환보유고 고갈에 직면했다. 이 나라들은 2004년 중국에 3억14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는데, 수입은 35억6천만달러어치로 10배 이상 많았다.

가난한 국가들 안에서도 빈곤층들의 생업인 농업은 세계화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되고 있다. 소농 몰락과 함께 식량안보 불안도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농업보조금을 받아 가격경쟁력을 갖춘 선진국 농산물이 ‘주범’으로 지목됐다.

하피츠 파샤 유엔개발계획 아시아·태평양지역사무소 소장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세계화를 포용했지만, 세계화는 정부의 결단력있는 조처 없이는 가난한 이들을 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엔개발계획은 세계화의 부작용을 줄이려면 시장개방 속도 조절과 농업 부문 등의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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