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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기구·회의

겉도는 WTO ‘다자간 무역협상’

등록 2006-07-10 18:44수정 2006-07-10 18:59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에 치이고…미국 강짜에 막히고…
다자간 무역협상은 당분간 국제무대에서 힘을 잃을 것인가?

좌초 위기에 빠진 다자간 무역협상 ‘도하 개발의제협상’(DDA, 도하 라운드)가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올해 연말이 최종시한인 도하 협상 타결을 위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주요국 각료회의가 지난달 29일 열렸으나, 이견만 확인한 채 끝났다.

도하 협상은 농업·서비스·공산품 무역장벽 축소와 개도국의 경제성장 지원을 위한 무역자유화를 목적으로 2001년 11월 개시됐다. 그러나, 애초 2004년이던 시한을 2006년 말로 연장했음에도, 2003년 멕시코 칸쿤회의와 2005년 홍콩회의 등이 실패로 끝나면서 좀체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DDA’ 연말 타결 희박

농업 쟁점 이견 못좁혀

G8정상 15일 논의키로

그러는 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양자간 자유무역협상(FTA)이 이곳저곳에서 추진되고 있어, 다자간 무역협상의 공간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미국의 농업보조금이 관건= 미국·일본·유럽연합 등 주요 40여개국의 관련 각료들이 참가한 이번 제네바 각료회의는 지난 4월 말 제시된 농산품과 광공업품 등의 무역자유화안 합의를 목적으로 소집됐다. 핵심 쟁점은 미국의 농업보조금 삭감, 일본과 유럽연합의 농산품 관세 삭감, 브라질·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광공업품 관세 축소 등이었다.


회의는 서로 상대방의 보조금과 관세 축소를 요구하는 양상으로 진행됐다. 특히 농식료품 수출대국인 미국은 일본과 유럽연합을 겨냥해 농업 분야 관세를 평균 66% 삭감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은 28%, 유럽연합은 41%의 삭감안을 각각 내놓고 버텼다.

교섭의 열쇠를 쥔 것은 미국이었다. 이번 회의에서 일본의 쌀 등 일부 품목이 관세 삭감을 예외적으로 완화하는 ‘중요품목’으로 정해졌으나, 미국은 중요품목의 수를 전체의 1% 이하로 할 것을 요구했다. 또 중요품목의 관세율도 75% 이하로 할 것을 주장해, 쌀에 778%의 고율관세를 부가하는 일본과 유럽연합 등으로부터 “비현실적인 제안”이라는 반발을 샀다. 특히 미국은 각국으로부터 협공받고 있는 농업보조금 삭감 문제에서 별다른 융통성을 보이지 않아, ‘교섭 결렬의 주범’이란 비판을 받았다.

G8회의가 마지막 타결 기회? 각료회의가 무산되자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러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의제로 이 문제를 다룰 것을 지난 6일 제안했다.

수전 슈와브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도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주요 8개국 정상들이 세계 무역협상의 교착상태를 타개할 추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이 농업문제에 대한 제안을 수정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지난주 각료회의에서 우리는 국내 보조금 안을 수정할 수 있다는 신호를 여러차례 보냈다”며 “미국은 국내 농업보조금 삭감안을 그대로 가져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는 다른 국가들의 관세삭감 진전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2005년 기준으로 195억달러에 해당하는 농업보조금의 60% 삭감안을 제시했으나, 상대국들로부터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주요 8개국 회의에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연말까지 도하 협상이 최종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미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무역촉진권한이 내년 7월 말로 실효하기 때문에 새롭게 협상을 시작한 시간적 여유가 없고, 그 이후에는 사실상 협상이 동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의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도하 협상이 교착에 빠진 것이 농업문제를 둘러싼 선진국 사이의 입장차 때문인 만큼, 이들 사이의 이견만 조정되면 개도국들의 이해관계가 그대로 묻힐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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