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개막 난제 수두룩
중동의 전운과 국제 유가 상승, 이란의 핵 개발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라크의 종파분쟁 격화, 인도의 테러 확산, 지구적인 에너지 확보 경쟁….
1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막하는 주요 8국(G8) 정상회의에 최근 국제정치의 핵심 이슈들이 모두 ‘초대’될 전망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가 회원국이고, 또다른 상임이사국인 중국까지 업저버 자격으로 참석하는 것을 감안하면, ‘안보 정상회의’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이들 문제에 대한 참가국들의 입장이 엇갈려 실효성 있는 해법을 내놓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애초 부자나라 정상들의 모임으로 시작한 회의의 성격상 민감한 정치 문제를 다루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국제정치의 위기’ 속에서 열리는 이번 정상회의가 ‘G8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핵심 현안 가운데 하나인 이란 핵과 북한 미사일 문제는 이번 정상회의의 균열을 상징한다. 미국은 참가국들이 이들 두 나라에 단호한 목소리를 낼 것을 촉구할 것으로 보이나, 러시아는 군사적 제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디펜던트>는 14일 “테러와 군축에 대한 공동성명 문안을 놓고 참가국들 사이에 격론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의 전운에 대해서도 참가국들의 접근법이 다르다. 러시아는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다른 나라들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에이피(AP)> 통신과 회견에서 “안타깝게도 모두가 이란이나 북한 문제를 다룰 때처럼 열정적으로 이스라엘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수급의 안정성 문제와 지구적인 기후 변화 및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 어린이 교육, 무역 자유화 등 다른 의제들도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비시(BBC)>는 “에너지 수입국들은 공급의 안정성을, 수출국은 시장의 안정성을 얘기하는 상황에서 공통의 해법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의 민주주의를 비판하는 데, 러시아는 세계무역기구 가입이라는 선물을 받는 데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G8 개편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1975년 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 등 G5로 출범한 정상회의가 76년 이탈리아, 77년 캐나다, 98년 러시아를 받아들임으로써 G8로 확대됐으나, 이들이 과연 ‘주요국’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힘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최근 중국과 인도, 브라질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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