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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기구·회의

‘도하라운드’ 어디로?

등록 2006-07-25 18:44

주요 6국 ‘상호 비난’ 속 협상 결렬
미국 유럽 ‘농업분야’ 이견 못 좁혀
만날 기약 없어 무한정 표류 가능성
도하개발의제(DDA) 협상을 올해 안에 매듭짓기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그러려면 이달까지는 끝나야 하는 협상이 기약없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WTO) 틀 안에서 좀더 개방적인 국제교역규범을 마련하려던 도하협상은,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몇년간 더 표류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은 24일 오후 스위스 제네바에서 도하협상을 잠정적으로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라미 총장은 주요8개국(G8) 정상회담의 위임을 받아 23~24일 이틀 동안 미국, 유럽연합, 일본, 브라질,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등 6개국(G6) 각료회의를 열었으나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협상이 중단된 것은 미국과 유럽연합이 협상의 최대 걸림돌인 농업 분야에서 큰 이견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은 유럽연합 등에 농업 관세의 대폭 삭감을, 유럽연합 등은 미국에 농업 국내 보조금의 대폭 삭감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미국은 이번 G6 각료회의에서 국내보조금과 관련해 더는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유럽연합과 일본 등도 농업 관세 부문에서 약간 신축적이긴 했지만 크게 물러서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신흥개도국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브라질과 인도 역시 공산품 시장접근 부문에서 기득권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은 협상 중단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고 있다. 그럼에도 가장 큰 짐은 미국이 져야 한다고 협상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미국은 이번 G6 각료회의에서 농업 보조금 부문의 양보안을 아예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때 494억달러에 이르는 농업보조금 가운데 60%를 줄일 수 있다는 뜻을 밝혔었다.

유럽연합도 협상 주도국으로서 면책 대상이 되긴 힘들다. 게다가 미국과 유럽연합 등 부유한 나라들은 애초 도하개발의제가 표방한 것과는 달리 저개발국의 빈곤을 해소하고 경제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조처를 취하지 않아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자간 교역체제를 지향하는 도하협상의 지지부진으로 세계교역질서에는 적잖은 영향이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지역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쌍무 자유무역협정이 득세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보호무역 성향이 강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하협상이 언제 재개될지 예측하기는 힘들다. 협상의 키를 쥔 미국이 올해 11월 중간선거가 있어서 적극성을 띠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내년 7월로 만료되는 미 행정부의 신속무역협상권(TPA)이 연장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그렇게 되면 도하협상은 오랫동안 공전할 수밖에 없다.

이경 선임기자 외신종합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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