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조지 부시 믹구 대통령) 오른쪽(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국민 외면 핵무기만 추구”
“핵무기로 협박하는 것은 미국”
“핵무기로 협박하는 것은 미국”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한 자리에서 맞서는 보기 드문 외교적 장이 마련됐다. 19일(현지시각) 개막된 유엔 총회에서 두 정상은 시차를 두고 같은 단상에 서서, 뼈있는 말을 주고 받았다.
온건해진 부시= 이날 오전 총회장 단상에 선 부시 대통령의 연설은 이란 핵협상이 진행 중인데다 점증하는 반미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과거에 비해 많이 ‘순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이란의 진정한 평화적 원자력프로그램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또 이란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다짐하기도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어림없는 얘기다.
그렇다고 늘상 해오던 얘기를 안 한 게 아니다. 그는 이란 국민들에게 “미래를 결정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며 “(이란) 지도자들이 당신들의 자유를 부정하면서 국가의 부를 가지고 테러를 지원하고 극단주의를 불지르고 핵무기를 추구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이란과 북한 등 특정 국가를 지목하는 대신, 테러리즘과 극단주의를 뭉뚱그려 겨냥했다. 또 ‘온건 개혁파에 의해 개혁된 중동’과 ‘테러리즘과 극단주의가 장악한 중동’ 간의 선택을 촉구하면서 자신의 외교정책인 중동 민주화론에 지지를 호소했다.
강대국에 날세운 아마디네자드= 넥타이를 매지 않는 특유의 차림으로 등단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역시 이날만큼은 미국을 직접 거명하는 것은 가급적 피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헤게모니와 위선에 대한 비난은 여전했다. 이라크의 폭력적 사태를 해결할 능력도 없고 오히려 주둔 구실을 마련하기 위해 조장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라크 문제를 거론할 땐 미국을 ‘점령자’로, 안보리의 정당성을 문제삼을 땐 ‘빅파워’, 강대국과 약소국간의 불균형을 얘기할 땐 ‘전세계의 통치자’로 조롱했다.
이란의 핵계획이 평화적 목적임도 빼놓지 않고 강조했다. 그는 핵무기로 세계를 협박하는 것은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이란에 제재를 가하려는 안보리의 정당성이 결여됐다고 거듭 비난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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