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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기구·회의

북 “전쟁터 원치않아”는 평화 전주곡

등록 2007-03-05 19:03

1994년 ‘서울 불바다’는 위기 전주곡
‘김계관 발언’ 평화체제 적극협의 뜻인듯
부시 “핵폐기땐 종전선언 서명” 에 화답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조선반도가 전쟁터가 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는 한마디가 심상치 않다.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가 논의되는 맥락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관리들의 말은 정부의 견해라고 봐야겠지만, 이번 메시지에는 북한 최고 지도부의 뜻이 담겨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해 11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북한이 핵폐기에 나서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한국전쟁 종전을 선언하는 문서에 공동서명하겠다’는 발언에 대한 북쪽의 화답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김 부상의 이 말은 일부 언론의 지적처럼, 제1차 북핵 위기 와중인 1994년 3월19일 박영수 남북특사교환 실무접촉 북쪽 단장의 ‘서울 불바다’ 발언과 비교된다. 박 단장의 발언이 94년 전쟁 위기의 전주곡이었다면, 지금 김 부상의 발언은 그 정반대 의미인 ‘평화’의 전주곡으로 볼 만하다.

94년 박 단장의 ‘서울 불바다’ 발언은, 93년 3월 한-미 팀스피릿 훈련 강행과 북쪽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 국제원자력기구와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 채택 등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박 단장은 당시 “남쪽이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하겠다는 것은 전쟁선언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며 “여기(판문점)서 서울은 멀지 않다. 전쟁이 일어나면 불바다가 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상의 발언은 북-미가 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를 여는 등 6자 회담 ‘2·13 합의’ 이행에 전례없이 진지하게 임하는 와중에 나온 것이다. 더욱이 김 부상은 97~99년 여섯차례에 걸쳐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문제를 협의한 (남북·미국·중국) 4자 회담의 북쪽 수석대표 출신으로, 평화체제 문제에 정통하다. 그런 점에서 ‘종전선언’을 넘어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구체적으로 협의하자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을 최대 안보위협으로 여겨온 북쪽은 북-미 관계 정상화를 평화협정 체결 등 평화체제의 핵심이자 전제로 제시해 왔다. 이제 북-미는 북핵 문제 해결과 관계 정상화를 말 대 말에서 행동 대 행동의 단계로 ‘동시이행’하는 국면에 들어가고 있다. 9·19 공동성명 채택 두 달 전인 2005년 7월22일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조선반도의 공고한 평화체제 수립은 조선반도 비핵화로 가는 노정에서 그 전제가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부시 대통령의 지난해 11월 종전 서명 발언은 ‘관계 정상화=비핵화=평화체제의 동시 진행’이 가능한 국면을 열어주고 있다. 김 부상의 발언이 어디서, 어떤 대화의 과정에서 나온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워싱턴의 고위 소식통이 이 말을 전한 것은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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