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양치기 소년’?
신종 인플루엔자가 확산되면서 세계보건기구의 전염병 경보 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세계보건기구는 지난달 25일 신종 플루에 대해 3단계 경보를 발령한 것을 시작으로, 27일 4단계, 29일 5단계로 나흘새 두 단계나 격상했다.
그러나 경보단계를 필요 이상으로 부풀린다는 비판과 불만이 쏟아지자, 세계보건기구는 현행 경보시스템의 전면 재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7일 이 기구 고위관리들이 지금의 경보시스템을 바이러스의 심각성을 명시하는 방식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구는 현재 전염병 경보를 평시 수준인 1단계부터 최고 6단계까지 분류하고 있다. 기준은 지역적 확산 범위다. 현재의 5단계는 “최소 2개국 이상에서 인간 대 인간 전염이 확인된 경우로, (마지막 6단계인) ‘세계적 대유행’이 임박했다는 강력한 신호”다.
이 기구에 따르면 8일 현재 신종 플루 감염자 수는 24개국 2371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감염자 확산에 기초한 현재 경보 단계가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지표는 아니다. 치명성도 애초 우려보다는 미약한 편이다. 공중보건 당국도 최악의 바이러스 공포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마거릿 챈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최근 “경보수준의 6단계 격상이 곧 전 세계인이 심각한 위협에 놓여있다는 뜻은 아니다”면서도 “무방비보다는 과잉대비가 낫다”고 말했다.
‘과잉대응’을 둘러싼 논란에는 보건 당국과 일반인들의 인식 차이도 깔려있다. 신종 플루 때문에 졸업식이 취소된 한 미국 대학생은 <에이피>(AP) 통신에 “언론 보도도 과장됐다”며 “신종 플루가 당장 죽을 만큼 치명적이지 않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는만큼, 진정하고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리처드 베서 소장대행은 “바이러스가 여전히 퍼지고 있으며, 살인적 질병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는 7일 신종 플루가 ‘대유행’으로 커질 경우 세계 인구의 3분의1이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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