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구호단체 액션에이드 회원들이 15일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 앞에서 “굶주림은 그만”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다음날인 16일 로마에서 유엔 식량 정상회의가 개막했지만 선진국 정상들은 대거 불참했다. 로마/AFP 연합뉴스
로마서 60여국 정상 모여
시간낭비로 끝날 것 우려
시간낭비로 끝날 것 우려
이탈리아 로마에서 16일(현지시각) 사흘간의 일정으로 개막한 ‘유엔 식량정상회의’에 선진국 정상들이 대거불참했다. 이번 회의가 의미있는 결론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시간 낭비’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억명에 이르는 지구촌의 굶주리는 사람들 문제 해결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이번 세계식량기구(FAO) 회의에는 세계 60여개국 정상이 참석한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무하마르 카다피 리비아 대통령,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등이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개회식에서 연설했다. 하지만 문제 해결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선진 8개국(G8)의 정상 가운데는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만 참석했다.
국제 구호단체 옥스팜의 프레드릭 무소 대변인은 <아에프페>(AFP)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선진국들은 지난 여름 이탈리아에서 열린 G8 회담에서 앞으로 3년간 농업부문에 20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한 뒤 할 일을 다 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며 “사실은 그렇지 않다. G8이 약속한 200억달러는 신기루와 같다”고 지적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빈곤국가들에 대한 농업 지원금을 440억달러로 늘리자고 제안해둔 상태지만, 현재 회람되고 있는 선언문 초안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국제 구호단체 액션에이드의 식량주권 부문 조정관인 프란시스코 사멘토는 선언문이 “진부한 표현의 재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식량농업기구 회의가 이처럼 관심을 끌지 못하자, 국제기구 지도자들은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기아문제 해결에 연대를 표시하기 위해 15일 하루 동안 기아체험에 동참했다. 자크 디우푸 세계식량농업기구 총장도 지난 13일 밤부터 24시간 단식했다. 비동맹운동(NAM) 회원국 정상의 부인들도 15일 따로 회의를 열어 빈곤 문제를 논의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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