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강력 비판…EU “미-중 핑퐁게임” 비난
국제사회 달라진 위상 걸맞는 중국책임 강조
국제사회 달라진 위상 걸맞는 중국책임 강조
법적 구속력 있는 협정 체결에 실패한 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두고 국제사회에 책임공방이 벌어지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그 한가운데엔 중국이 있다. 영국의 에드 밀리밴드 기후변화 담당장관은 21일치 <가디언> 기고에서 “대부분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법적 효력 있는 조약을 원했지만, 2050년까지 전세계가 온실가스의 절반을 줄이고, 선진국은 80%를 감축하도록 명시하는 조항에 베이징은 모두 비토권을 행사했다”며 중국을 직접 겨냥했다. 총회 참가국 모두가 동의해야 하는 규정을 이용해 소수 국가들이 ‘게임’을 벌였다고 주장한 그는 “실질적인 협상이 이런 식으로 ‘납치’(하이재크)되는 것을 다시는 용납해선 안 된다”는 표현까지 썼다.
유럽연합 의회의 환경위원회 위원장인 요 라이넨은 “중국이 내내 (회의 과정을) 가로막았고 우리는 미국과 중국의 핑퐁게임을 지켜봐야 했다”고 지적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21일 인터넷방송 연설에서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소수의 나라가 녹색 미래로 나아가려는 지구적 합의를 인질로 몸값을 요구하도록 결코 다시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런 움직임은 결정 과정에서 유럽연합의 ‘소외감’을 반영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유럽연합뿐 아니다. 외신들은 “(미국·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마련한 문안에 대해) 27개국 대표들은 최종 문안을 읽고 조율에 참여했지만 나머지 160개국 이상 대표들은 총회장에서 머리만 긁적이고 있었다”고 코펜하겐 회의 마지막날 모습을 전했다. 아프리카 국가를 망라한 77그룹의 협상대표인 수단의 루뭄바 디아핑은 지난 19일 법적 구속력 없는 회의를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까지 비유해 논란을 일으켰다. 대부분의 국가가 ‘회의가 파국을 맞은 것보다는 나은 결과’라는 반응에 그친 가운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은 것은 중국과 미국 정도에 불과했다. 환경 관련 단체들은 ‘사기극’ ‘공허’ ‘절망’ 같은 단어를 쏟아냈다.
이런 여론 속에서 미국과 함께 중국이 더욱 국제사회에 대해 책임을 나눠가져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파이낸셜 타임스>가 “내년 1년간 진행될 협상은 지금까지보다 훨씬 치열하고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듯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개도국에 대한 지원금의 경우에도 누가 낼지, 누구에게 갈지 등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로이터> 통신은 21일 중국 외교부가 “중국은 구속력 있는 2010년 기후변화 협상을 ‘개발에 대한 권리’ 수호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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