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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기구·회의

사우디, 오펙서 이빨 빠진 호랑이 됐나

등록 2011-06-09 21:04수정 2011-06-09 22:15

석유 증산 제안 ‘합의 실패’
오펙 균열…이란 입김 세져
생산할당 붕괴…득 될수도
석유수출국기구(오펙)가 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정례회의에서 석유 증산 합의에 실패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독자적으로 증산하겠다고 밝혀, 오펙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최대 생산 회원국인 사우디는 하루 생산량을 150만배럴 추가해 3030만배럴로 늘리자고 제안했으나,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의 반대로 합의에 실패했다. 사우디는 12개 회원국 중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자신의 영향력 아래 있는 걸프 지역 연안국 3개국만의 지지를 받았다. 이번 회의에서 미국 등 서방이 기대하던 석유 증산이 무산되자, 브렌트유는 배럴당 2달러나 올라 118.59달러가 됐다.

외신들이 ‘사우디의 굴욕’이라 이름 붙였던 이 회의에 대해 20여년간 실질적인 오펙의 지도자였던 알리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오펙) 역사상 최악의 회의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 뒤 이례적인 기자회견을 갖고, 증산 합의 실패에도 시장은 공급 부족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 독자적 증산을 시사했다. 사우디는 이 회의에 앞서 이미 생산량을 늘려 2008년 이후 처음으로 하루 900만배럴을 웃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올해 3분기에 하루 최대 1000만배럴까지 증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회의에서 증산 합의 실패로 사우디는 오펙 내에서 지도력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입김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석유생산국 카르텔인 오펙이 1990년대처럼 분열을 보이며 영향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피에프시(PFC)에너지의 석유 컨설턴트인 데이비드 커시는 “10년 만의 최악의 분열”이라고 말했다. 오펙은 당시 회원국 사이의 분열로 생산 할당량을 지키지 못해, 저유가 사태를 불렀다. 오펙은 90년대 말에 들어 나이미 장관의 지도력 아래 회원국들의 국내정치와 석유시장을 분리해, 다시 단합을 찾았다.

하지만 이번 합의 실패가 오히려 사우디의 영향력을 결과적으로 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석유 증산 능력을 가진 회원국은 사우디 등 걸프 지역 4개국에 불과하고, 이들은 이번 합의 실패를 계기로 자신들의 생산 할당량에 구애받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986년 이후 오펙 내의 공식적인 생산량을 규정하던 생산할당 체제가 붕괴됐다”며 “이는 사우디한테 원하는 대로 생산을 할 수 있는 녹색등을 켜줬다”고 평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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