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수출국 “실망” 일본·중국 “안도”
제6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18일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폐막한 뒤, 각국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과 농산물 수출국들은 협상에 실망감을 나타냈고, 일본과 중국 등은 결과가 자국에 불리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일본 정부는 쌀 등 모든 농산물의 관세를 크게 낮추기 위해 상한선을 정하는 ‘상한관세’가 도입되지 않은 데 상당히 안도하는 표정이다. 일본은 현재 수입쌀에 778%의 초고관세를 매기고 있어 상한관세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다. 이번 각료선언에서는 상한관세가 언급되지 않은 것은 물론, 쌀 등 주요품목의 수입의무량 확대조차 막판 교섭에서 삭제됐다. 일본 농수성 간부는 “예상 이상으로 요구가 관철됐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면화의 경우 선진국들이 내년부터 수출보조금을 폐지하기로 약속해 면직품 원료 수입국인 중국에도 일정 부분 혜택이 돌아오게 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농산물 수출국인 미국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롭 포트먼 무역대표는 “홍콩 협상이 미미한 진전만 이뤘을 뿐”이라며 “내년말까지 농업관세 감축 문제에서 돌파구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개도국 농산물 수출국 20개국 모임을 이끌고 있는 셀수 아모림 브라질 외무장관은 회의 결과를 “신중하지만 무의미하다”라고 평가했다. 농업수출보조금을 폐지키로 한 유럽연합의 마리안 피셔 보엘 농업분야 집행위원은 “유럽연합은 보조금 폐지를 이미 계획했기 때문에, 이번 협상에 만족한다”면서도 “유럽연합의 농업 개혁을 추가로 요구하는 방안은 의회가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홍콩회의의 좌절은 다각적 통상교섭(도하개발어젠다)의 기능부전을 드러내 내년 말 최종적 포괄합의 도출이 한층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회의에서 149개 회원국들은 농산물 시장 개방, 공산품 관세 감축 등 핵심 쟁점에서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했다. 공동선언문은 △2013년까지 유럽연합의 농업수출보조금 폐지 △최빈국 관세 감면 △공산품 관세 감축은 나라별로 다른 지수 채택 등 큰 틀의 협상 방향만 제시했다. 다음 협상은 내년 4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임시 각료회의에서 벌인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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