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일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31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 결과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31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끈 자민당이 단독 과반을 넘기는 261석을 확보했다. 의석수가 선거 전(276석)보다는 조금 줄었지만 지난밤 야당 단일후보와 접전이 이어진 선거구에서 대거 승리하며 단독 과반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를 깨고 인상적인 승리를 거뒀다.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1일 오후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에 나서 “매우 어려운 선거였지만, 계속해 자민-공명 정권의 안정된 정치 아래서 이 나라의 미래를 만들어줬으면 한다는 민의를 보여주신 것이라고 받아들인다”며 “국민 여러분들로부터 신임을 얻었으니 이후 신속하게 정책 실행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가 가장 공을 들이는 경제 정책은 두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사태로 고통이 컸던 서민들에 대한 지원과 ‘새로운 자본주의’라는 구호 아래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실현하기 위한 경제 정책이다. 기시다 총리는 “여당과 연대해 대형 경제대책을 11월 중순 수립할 것”이라며 “이른 시일 안에 추경 예산을 통과시켜 국민들에게 (지원금을)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이나 아이를 키우는 가구 중 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대상이다. 기시다 총리는 또 “간호, 개호(노인요양), 보육 등의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의 임금을 올리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다음주 (새로운 자본주의 추진과 관련한) 위원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안보와 관련한 움직임도 빨라졌다. 기시다 총리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하기 위해 2일 출국한다. 총리 취임 뒤 처음 이뤄지는 해외 방문이다. 총회 의장국인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만남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연내 미국을 방문해 정식 미-일 정상회담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따른 일본의 방위력 강화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선거에 나서며 지금까지 일본이 유지해온 방위 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공약을 대폭 포함시켰다. 일본의 방위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현재는 0.95%)으로 대폭 늘리고, 미-중 간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대만에서 유사사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국가안전보장전략 등을 개정하는 내용들이다. 또, 북한 등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적기지 공격 능력’을 본격 확보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기시다 총리는 “내가 지시한 (일본 외교·안보정책의 기본 방침인 2013년) 국가안전보장전략 등의 개정에 대해 앞으로 철저히 논의해 미사일 방위력, 인공지능(AI), 첨단기술 등 새로운 과제에 속도감을 갖고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어떻게 조율해나갈지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심을 모으는 한-일 관계와 관련해선 구체적인 언급 없이 “동맹국이나 동지국은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직접 방문할 것”이라고 말하는 데 그쳤다. <요미우리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중국, 한국, 러시아 등과 정상회담 개최 여부, 시기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소선거구에서 패배한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간사장이 사임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후임으로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을 기용할 방침을 굳혔다고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이 1일 전했다. 아마리 간사장은 중복 입후보한 비례대표로는 당선돼 의원직은 유지했지만, 현직 자민당 간사장이 소선거구에서 패배한 것은 첫 사례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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