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극우 정당인 ‘일본제일당’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무사시노시 외국인 주민투표 조례 결사반대’라는 펼침막을 들고 도로 행진을 하고 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일본 도쿄의 무사시노시가 외국인도 차별 없이 주민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조례안을 추진했으나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조례안 통과를 두고 우익단체뿐만 아니라 자민당까지 반대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컸다.
무사시노시 의회는 21일 본회의를 열고 18살 이상 시민으로 3개월 이상 거주했으면 국적에 상관없이 주민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조례안 제정을 논의한 결과, 반대가 14명으로 찬성(11명)보다 많아 부결됐다고 밝혔다. 조례안을 적극 추진한 마쓰시타 레이코 시장은 이날 기자단에게 “시의회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앞으로 조금 더 논의해 보다 좋은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마쓰시타 시장은 조례안을 검토해 다시 추진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9일 시의 조례안이 의회에 제출되자 자민당과 우익단체들은 “외국인 참정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 “중국인들이 대거 이사를 올 수 있다” 등 사실과 다른 주장을 내놓으며 대대적인 반대 운동에 나섰다.
외국인 참정권을 연구해 온 곤도 아쓰시 메이조대(헌법학) 교수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조례안이 부결되면서 일본이 폐쇄적인 나라라는 인상을 해외에 심어줄 수 있다”며 “지방자치에 외국인을 참여시키는 움직임은 이미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뉴욕시가 이달 취업허가증을 가진 외국인에게도 30일 이상 거주를 조건으로 지방선거권을 인정했다”며 “내가 조사한 바로는 어떤 형태로든 외국인에게 지방선거권을 인정하는 나라는 한국 등 65곳”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에선 지방선거 투표권이 인정되지 않는 것은 물론 주민투표 도입도 저조한 편이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1741곳 중 주민투표제를 도입한 지자체는 78곳, 이 중에서 43곳만이 외국인에게 투표 자격을 주고 있다. 무사시노시처럼 일본인과 차별을 두지 않는 조례안을 만든 지자체는 가나가와현 즈시시, 오사카부 도요나카시 등 2곳뿐이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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