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박중언 특파원
14일 열린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는 일제 침략전쟁에 대한 유력 차기총리 후보들의 인식을 검증하는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바른생활 사나이’ 오카다 가쓰야 전 민주당 대표가 질문자로 나섰다. 첫 질문은 태평양전쟁의 성격이었다. 아소 다로 외상은 “지금 자위전쟁이라고 말하더라도 증명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침략전쟁이라는 부분이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역사가 판단할 문제다”라고 모호하게 대답했다. 아베 신조 관방장관은 “정부가 역사의 재판관으로 이러쿵저러쿵해서는 안 된다”며 비켜갔다. 전쟁의 책임소재에 대해 아소는 “일본에선 결정을 할 때는 어쨌든 ‘모두가’ 한다는 게 있다. 그런 점에서 특정인이라기보다 군국주의가 그 원인일 것”이라며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질문이 전범재판으로 넘어가면서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아베는 에이(A)급 전범에 대해 “우리나라가 주체적으로 재판한 것이 아니다. 일본에서 그들이 범죄인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아소 또한 “전범이라는 정의는 국제 군사법정의 견해이며 적어도 일본 국내법에 근거한 범죄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합국에 의해 단죄됐을 뿐 자신들은 전범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생각을 분명히 한 것이다.
오카다가 일본이 이 재판을 수용한 이상 거기에 구속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다그치자, 아베는 “마치 연합군 총사령부 쪽에 서서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고 불만을 터뜨리면서 “당시 수용하지 않으면 독립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에 한 고뇌에 찬 선택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침략전쟁의 책임자들을 스스로 단죄하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전범 감싸기에 급급한 이들이 앞으로 일본을 어디로 이끌고 갈지 참으로 암담하다는 생각이 가시지 않는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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