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이현에 건설한 28만kW급 고속로 ‘몬주’의 모습. 잇따른 사고로 2016년 12월 폐로가 결정됐다.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 누리집 갈무리
미국과 일본이 차세대 고속원자로(고속로) 개발 사업에 협력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JAEA)와 미쓰비시중공업은 26일 미국 테라파워와 고속로 기술에 관한 협력 합의서를 교환했다. 테라파워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만든 미국 차세대 고속로 개발 사업 벤처기업이다.
테라파워는 미국 에너지부 지원을 받아 2024년 미국 서부 와이오밍주에서 34만5천㎾급 고속로 건설 공사를 시작해 2028년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건설비 약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는 미국 에너지부와 테라파워가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고속의 중성자 성질을 이용하는 고속로는 고농도 방사능 폐기물을 줄일 수 있지만 안전성 등에서 해결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본은 원전에서 사용한 핵연료에 포함된 플루토늄을 추출한 뒤 우라늄과 혼합해 다시 연료로 만드는 핵연료 재활용 사업의 핵심으로 고속로 실용화를 1960년대부터 추진해왔다. 하지만 후쿠이현에 건설한 28만㎾급 원형로인 ‘몬주’ 배관에서 1995년 냉각제 누출로 가동이 중단되는 등 사고가 잇따르자 2016년 12월 폐로가 결정됐다. 고속로 실용화엔 실패했지만 관련 기술은 상당히 축적된 상태다.
미국 쪽은 일본이 몬주에서 사용한 나트륨 냉각로 기술, 연료를 취급하는 장치나 파손된 연료의 위치를 특정하는 시스템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고속로의 실용화는 불투명하지만 개발 기술 향상, 인재 양성 등을 기대하고 있다.
스즈키 다쓰지로 나가사키대 교수는 <마이니치신문>에 “일본의 협력이 기술적인 관점에서 가치 있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실제 설계와 건설에 얼마나 깊게 관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가쓰다 다다히로 메이지대 교수는 “일본이 연구 레벨에서 다소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지리적 조건 등을 생각하면 이번 협력이 곧바로 일본의 고속로 개발 촉진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일은 미국 쪽이 공개하는 고속로 설계에 근거해 추가 협의를 벌인 뒤 올 여름 정식으로 기술 협력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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