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야마가미 데쓰야가 10일 일본 나라니시경찰서에서 경찰의 호위를 받고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경찰은 8일 거리유세를 하던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용의자인 야마가미 데쓰야(41)의 집에서 어머니가 활동한 종교단체에 대한 원한이 적힌 노트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의자 어머니가 활동한 종교단체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이다. 11일 오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일본 회장인 다나카 도미히로가 기자회견을 열어 “야마가미 용의자 어머니는 우리 법인의 협회원이며 지금까지 한달에 한번 정도 빈도로 교회 행사에 참여해왔다”고 말했다.
<마이니치신문>은 11일 수사 관계자를 인용해 “용의자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노트에 어머니가 활동한 특정 종교단체에 대한 원한이 기술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용의자가 기록했을 가능성이 높다. 범행 동기를 뒷받침하는 물증으로 보고 경찰이 정밀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범행 당일 야마가미의 집을 수색해 총 5정과 노트, 컴퓨터 등을 압수했다.
용의자는 또 “우리 가정을 망가뜨린 이 종교단체를 일본에 초청한 것이 기시 노부스케(1896~1987) 전 총리다. 그의 손자인 아베 전 총리는 이 종교를 일본에 확산시켰다고 생각해 노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의자는 “어머니가 (이 종교단체에) 고액의 헌금을 하고 파산했다. 가정을 붕괴시킨 종교단체에 원한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어머니의 종교 활동에 대한 원한이 컸던 용의자가 이 종교와 아베 전 총리 집안이 관계가 있다고 믿고, 일방적으로 적대시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용의자는 “이 종교단체의 톱(교주)을 습격할 계획도 세웠지만 원활하지 않아 목표를 아베 전 총리로 전환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다나카 회장은 “(용의자 어머니가) 2002년께 경제적으로 파산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와의 관계에 대해선 “우호단체가 주최하는 행사에 아베 전 총리가 메시지를 보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가) 회원으로 등록되거나 고문이었던 적은 없다”고 말했다.
용의자는 또 사건 전날 이 종교단체 시설을 향해 자신이 만든 총을 쏘는 등 시험 발사를 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수사 관계자를 인용해 “야마가미 용의자가 지난 7일 나라시에 있는 종교단체 건물을 향해 총을 쐈고, 이후 제대로 맞았는지 건물 밖에서 봤으나 손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한 사실을 보도했다. 용의자가 쏜 총 소리와 관련해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진 않았지만, 복수의 인근 주민들이 7일 새벽 4시께 ‘펑’ 하는 큰 파열음을 들었다는 증언을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한편 용의자는 이번 범행에 사용한 사제 총을 만드는 과정에서 유튜브 영상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신문>은 “용의자가 유튜브 동영상을 참고해 총의 제작을 반복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용의자가 만들어 총격에 사용된 사제 총은 길이 약 40㎝, 높이 20㎝ 크기다. 용의자는 아베 전 총리를 겨눈 사제 총이 6개 탄환이 담긴 캡슐을 화약의 힘으로 발사하는 구조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용의자의 집에서 비슷한 총을 여러정 발견해 압수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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