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참의원 선거 하루 뒤인 1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당선자들 이름 옆에 종이꽃을 꽂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자민당의 참의원 선거 압승 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개헌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일본 국민들은 헌법 개정이 시급한 과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헌을 위해서는 국민투표에서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해 여론의 향배가 중요하다.
<요미우리신문>이 11~12일 전화 여론조사(1109명)를 벌인 결과, ‘향후 기시다 내각에서 우선적으로 나서 줬으면 하는 과제’를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91%가 ‘경기·고용’을 꼽는 등 가장 많았다. 물가상승 대책(80%)도 두번째로 높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엔저(엔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최근 일본에선 식품·에너지를 중심으로 소비자물가가 급등하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안보(76%), 연금 등 사회보장(73%), 저출산 대책(71%), 원자력 발전 등 에너지 대책(63%), 지방 활성화(62%), 재정 건전화(61%), 코로나19 대책(57%) 등이 뒤를 이었다. 헌법 개정은 37%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일본 사회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만큼, 개헌 문제가 뒤로 밀린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이 11~12일 벌인 전화 여론조사(응답자 1055명) 결과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헌법 개정에 적극적인 개헌 세력이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확보한 것과 관련해 개헌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8.4%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서둘러야 한다’는 대답은 37.5%에 그쳤다.
다만 개헌을 놓고 논의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서 ‘앞으로 국회 헌법심사회에서 헌법 개정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기를 기대하냐’는 질문에 58%가 ‘그렇다’고 답했다. ‘기대하지 않는다’는 37%에 머물렀다.
자민당은 2018년 3월 △헌법에 자위대 존재 명기 △자연재해 등 긴급사태 대응 △참의원 합구(합쳐진 선거구) 해소 △평생교육 등 교육의 충실화를 추구한다는 내용의 개헌안을 발표한 바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 4개 항목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는 생각이다. 일본 헌법을 개정하려며 중·참의원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은 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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