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서울을 찾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회담했다. 당시 박 장관은 정식 임명 전 후보자 신분으로 하야시 외무상을 만났다. 외교부 제공
박진 외교부 장관이 18일 취임 뒤 처음으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도쿄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한다.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한국 외교부 장관이 다자 회의 참석차가 아니라 양자 회담을 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하는 것은 2017년 12월 강경화 당시 장관 방일 이후 4년7개월 만의 일이다.
이번 회담에선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2018년 대법원 배상 판결에 따른 ‘현금화’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는 조현동 1차관 주재로 피해자 쪽 소송대리인과 지원단체, 학계·법조계·경제계 등이 참여한 민관협의회를 지난 4일과 14일 두차례 열고 해법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현금화’ 절차가 코앞에 다가온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 쪽이 민관협의회 불참을 선언하는 등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박 장관은 이런 한국 정부의 노력과 해법 마련의 어려움을 일본 쪽에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가 적극 나서는 모양새이긴 하지만 일본 정부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일 관계가 개선돼야 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16일 부임한 윤덕민 신임 주일 한국대사는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일본 정부를 향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쪽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박수를 치더라도 다른 한쪽 손과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해법 마련에 나섰으니, 일본도 호응을 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윤 대사는 또 강제동원 해법과 관련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교훈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2015년 12월28일 한·일 정부의 합의에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소송까지 치달은 상태다. 피해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조율하지 않으면 정부 간 합의를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가지가 필요하다.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 등 재판에서 진 전범기업의 사과와 함께 이들 기업이 배상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참여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별다른 입장 변화가 없는 상태다. 일본 외무성은 15일 자료를 내고 “일-한 관계를 건전하게 되돌리기 위해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따라 박진 장관의 방일 기회도 활용해 한국 쪽과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이 말하는 ‘일관된 입장’은 강제동원 피해 문제 등 역사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모두 해결됐다는 것을 뜻한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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