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했다. 자민당과 통일교 유착 의혹에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국장 문제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지지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마이니치신문>은 17~18일 전화 여론조사(응답자 1064명)를 실시한 결과,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29%로 집계됐다고 19일 보도했다. 한 달 전 조사(36%)보다 무려 7%포인트나 하락했다. 지지율이 30%를 밑돈 것은 지난해 10월 기시다 정부가 출범한 뒤 처음이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64%로 직전 조사(54%)보다 10% 포인트가 증가했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지지율도 23%로 전달보다 6%포인트 떨어졌다. 현재의 방법으로 조사를 시작한 2020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기시다 내각과 자민당의 지지율이 급락한 것은 통일교 문제와 아베 전 총리의 국장 강행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통일교 문제를 둘러싼 기시다 내각의 대응’을 묻는 질문에 72%가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12%에 그쳤다. 자민당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통일교와 소속 국회의원의 관계 조사에 대해서도 ‘충분하지 않다’는 대답이 76%로 ‘충분하다’(14%)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자민당은 지난 8일 통일교와 접점이 있었던 국회의원이 전체 소속 의원(381명)의 절반에 가까운 179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자민당은 지난달 하순 소속 의원들에게 자신과 통일교의 접점을 이달 2일까지 보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조사 발표 뒤에도 새로 통일교와 관계가 있는 의원의 사례가 나오면서 자민당 자체 조사에 불신이 커진 상태다. 자민당이 조사대상에서 뺀 아베 전 총리와 통일교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68%는 조사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달 27일 도쿄 부도칸에서 예정된 아베 전 총리의 국장에 대한 여론도 싸늘하다. 국장에 반대하는 여론은 62%로 찬성(27%)보다 두 배 이상 많다. 한 달 전 조사(53%)보다 반대가 9%포인트 증가하는 등 반대 여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국장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18~39살은 반대가 약 50%대에 머물렀지만 40~60대 60%, 70대 이상에선 70%에 달했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 8일 중·참의원에 참석해 국장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여론을 돌려놓지 못했다.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20일부터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도 짧은 시간 대화하는 약식회담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일 사이에 “공식 회담에 합의했다”, “결정되지 않았다”고 논란이 벌어진 가운데 기시다 총리가 한국에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에서도 “두 정상이 대면하더라도 짧게 만나는데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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