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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아베 국장, 국회도 무시하고 강행”…두 쪽으로 갈라진 일본

등록 2022-09-27 17:45수정 2022-09-28 02:30

국회 앞 대규모 반대 시위 열려
27일 오후 2시부터 도쿄 지요다구 부도칸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국장이 거행됐다. 도쿄/AP 연합뉴스
27일 오후 2시부터 도쿄 지요다구 부도칸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국장이 거행됐다. 도쿄/AP 연합뉴스

27일 오후 1시55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이 치러질 도쿄 지요다구 부도칸(무도관)에 유골이 도착했다. 자위대의 조포가 19발 발사됐다. 아베 전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가 유골함을 들고 천천히 걸어 행사장 안으로 들어섰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건네받은 유골함은 고인의 사진이 걸린 식단 중앙에 놓였다.

오후 2시13분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이 장례의 시작을 알렸다. 전후 일본의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요시다 시게루(1878~1967) 전 총리 이후 무려 55년 만에 열리는 국장이었다. 7월8일 급작스런 죽음 이후 81일 만에 열린 행사기도 했다. 1분 간 묵념이 끝나고 헌정 사상 최장수 총리(재임기간 7년 8개월)이자, 보수·우익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아베 전 총리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이 약 8분 동안 상영됐다.

뒤이어 기시다 총리의 추모사가 시작됐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에 대해 “일본과 세계의 앞날을 보여주는 나침반으로 앞으로 10년, 아니 20년 힘을 다해 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안타깝고 뼈아픈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신이 깔아놓은 토대 위에 지속적이고 모든 사람이 빛날 수 있는 일본, 지역, 세계를 만들어 나갈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와 함께 ‘2인3각’으로 장기 정권을 유지했던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도 추모사를 낭독했다.

오후 3시16분, 헌화가 시작됐다. 자리에 앉은 아키에 여사가 숨진 남편의 영정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눈물을 닦았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국장이 시작된 27일 오후 2시 도쿄 지요다구 일본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국장 반대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펼침막에는 ‘죽어서도 세금을 헛되게 쓴다, 아베 국장 반대’라고 적혀 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국장이 시작된 27일 오후 2시 도쿄 지요다구 일본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국장 반대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펼침막에는 ‘죽어서도 세금을 헛되게 쓴다, 아베 국장 반대’라고 적혀 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이날 국장엔 국내·외 주요 인사 약 4300여명이 참석했다. 외교 사절로는 한덕수 국무총리,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오스트레일리아 총리, 완강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 등 700여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주요 7개국(G7) 정상의 참석이 무산되며 기시다 총리가 국장의 명분으로 내세운 ‘조문 외교’는 크게 빛이 바랬다.

부도칸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자리한 구단자카공원엔 일반인들을 위한 헌화대가 마련됐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조문은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지하철로 한 정거장 떨어진 한조몬역부터 수백m 이상 줄이 이어졌다. 현장에서 만난 50대 여성인 다카하마는 “국장에 100%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베 전 총리가 일본을 위해 헌신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국장이 열린 부도칸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구단자카공원에는 일반인들을 위한 헌화대가 마련됐다. 27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조문은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거리에서 조문을 기다리며 줄을 선 모습. 도쿄/김소연 특파원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국장이 열린 부도칸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구단자카공원에는 일반인들을 위한 헌화대가 마련됐다. 27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조문은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거리에서 조문을 기다리며 줄을 선 모습. 도쿄/김소연 특파원

도쿄 도심 곳곳에선 국장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국장이 시작된 오후 2시 도쿄 지요다구 일본 국회의사당 정문 앞 삼거리 보도엔 집회 참가자들이 가득했다. 70대 남성 미야가와는 “국민의 60% 이상이 국장에 반대하는데도 기시다 총리는 최소한의 국회 절차도 무시하고 그냥 밀어붙였다. 참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60대 여성 구사카베도 “모리토모 학원 문제 등 아베 전 총리의 비리 의혹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국장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그는 “국장에 사용할 세금(일본 정부 발표 16억6천만엔. 약 163억5000만원)으로 생활이 힘든 사람을 지원하는 편이 훨씬 좋은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낮 12시 도쿄 히비야공원에서도 시민단체 등이 주도한 국장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집회 뒤 ‘국장 반대’가 적힌 펼침막을 들고 행진했다. 국장은 끝났지만 일본은 여전히 둘로 나뉜 채였다. 일본 사회가 아베 전 총리의 유산을 극복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릴 듯한 예감이 들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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