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정계에서 중의원 해산·총선거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다음 주 안에 선거구가 조정되는 곳을 포함해 지역구 공천 후보자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지역구인 야마구치현을 둘러싸고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끄는 ‘기시다파’ 사이에 갈등이 예상된다.
<요미우리신문>은 9일 “자민당 집행부가 다음 주 중으로 각 선거구의 후보자 조정을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관측이 나오는 것처럼 기시다 총리가 조기 중의원 해산을 단행할 경우 혼란을 막기 위해서다.
초미의 관심은 아베 전 총리의 정치적 기반인 야마구치현이다. 이 지역은 인구 감소로 다음 중의원 선거 때 선거구가 현재 4곳에서 3곳으로 줄어든다. 이 가운데 아베 전 총리의 지역구였던 시모노세키가 포함된 4구와 3구 일부가 합쳐 새롭게 3구(신3구)가 된다.
이 지역구를 두고 아베파와 기시다파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일본 보수 정치의 성지인 야마구치현의 핵심이자 아베 전 총리의 지역구였던 시모노세키를 기시다파 소속인 하야시 요시마사(62) 외무상에게 빼앗길 기로에 놓였기 때문이다.
시오노야 류 아베파 회장 대리는 7일 기시다 총리를 만나 새로 바뀌는 3구에 요시다 신지(38) 현 중의원을 공천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기시다 총리는 “어려운 판단”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요시다 의원은 시모노세키 시의원 출신으로 아베 전 총리의 사망으로 공석이 된 야마구치 4구에 아베파의 지지를 받아 지난 4월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정치 신인이다.
시오노야 회장 대리는 8일 아베파 회합에서도 신3구에 대해 “우리 파에 있어 매우 중요한 선거구다. 사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리야마 히로시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을 따로 만나 ‘아베파’에 대한 배려를 호소했다. 아베파에서는 “파벌의 체면과 관련된 문제”라며 강경한 입장이다.
하지만 ‘신3구’ 후보자는 하야시 외무상으로 기우는 듯한 모습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당 지도부는 당선 횟수나 실적을 중시해 신3구에 하야시 외무상을 공천하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총리를 꿈꾸는 하야시 외무상은 야마구치에서 참의원만 5선을 하다가 2021년 아베 전 총리의 지역구(4구) 바로 옆인 3구에서 중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야시 가문은 시모노세키의 거물급 유지로 아버지 하야시 요시로 때부터 시모노세키 선거구를 놓고 아베 가문과 경쟁을 해왔다. 이번에 하야시 외무상이 신3구에서 중의원에 당선되면 1996년 선거제도가 중선거구제에서 소선거구제로 바뀐 뒤 처음으로 시모노세키를 차지하게 된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