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탱크에 보관 중인 방사성 물질 오염수. AP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바다 방류를 다음달 시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다음주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해 오염수 방류에 대해 설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최종 보고서를 통해 해양 방류가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놓으면서 정부가 8월에 처리수를 방류하기 위한 조정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7월 바로 방류에 나서는 대신, 한달 정도 시간을 두고 현지 어민들이나 한·중 등 주변국들에 방류의 정당성을 재차 설명한 뒤 결단한다는 계획이다.
그 때문인지 일본 정부는 ‘올여름 방류’ 일정을 강조하면서도 구체 일정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8월 방류’와 관련해 “올해 봄부터 여름이라는 방침에 변경이 없다. 구체적인 방류 시기는 안전성 확보와 풍평(소문) 피해 대처 상황을 정부 전체가 확인해 판단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마지막 행정 절차인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방류 시설 ‘사용 전 검사’ 합격증은 7일 발부될 것으로 알려졌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지난 4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관저를 찾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오염수 바다 방류의 안전성 등을 검토한 최종 보고서를 전달했다. 총리 관저 누리집
이와 관련해 기시다 총리가 오는 11~12일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을 만나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이해를 구할 방침이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도 오는 13~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박진 외교부 장관과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난다. <요미우리신문>은 이 만남에 대해 “처리수 해양 방류에 대한 이해를 구하려는 목적”이라고 전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의 발표 내용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중국 정부는 명확한 반대 의사를 강하게 밝힌 상태다.
나아가 ‘방류 반대’를 거듭 결의한 일본 어민을 상대로 한 설득도 계속된다. 경제산업성은 이날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서 어민들을 대상으로 국제원자력기구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고, 방류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이 만남에는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도 동석했다.
기시다 정권이 ‘올여름 방류’ 방침을 고수하는 이유와 관련해선 ‘일본 안팎의 정치 정세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내에선 11월 후쿠시마현 의회 선거 등 올가을 이후 오염수 방류로 인해 직접 타격을 받는 이와테·미야기·후쿠시마 3개 현에서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산케이신문>은 “비판 목소리가 있는 처리수 문제의 쟁점화를 피하고 싶은 게 (정부의) 본심”이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내년 1월엔 대만 총통 선거, 4월엔 한국 총선이 치러진다. 신문은 “처리수 방류를 미루면 중국과 한국 야당이 이 문제를 지렛대 삼아 (일본과 우호적 관계인) 대만 차이잉원 정권과 윤석열 정부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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