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둘째 날인 25일 오전 중국 베이징 징선수산시장에서 주민들이 수산물을 고르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일으킨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바다 방류 사태가 수산물 수입을 둘러싼 중-일 간의 심각한 외교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자, 일본 정부는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후쿠시마 수산물의 ‘거래 중단’ 등 본격적인 소문 피해(풍평 피해)도 보고되기 시작됐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24일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가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전면 금수’ 조처를 내놓자 “중국에 외교 루트를 통해 즉시 철회를 요구했다”며 “바다 방류의 영향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이 제대로 논의할 수 있도록 강력히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도 25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금수 지역을 ‘후쿠시마 등 10개 현’에서 ‘일본 전체’로 확대한 것에 대해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 근거 없는 수입규제에는 정부가 하나가 돼 즉각 철폐를 요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지난 24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에서 약 5㎞ 떨어진 후쿠시마현 후타바마치의 바다 모습. AFP 연합뉴스
일본 언론들도 중국 성토에 나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5일 사설에서 중국의 조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도 불합리한 일”이라며 “과학을 무시한 시진핑 정권의 대응에 강하게 항의한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에 경제적인 압력을 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앞으로 일-중 관계의 불씨가 될 게 분명해졌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와 언론이 하나가 되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의 ‘전면 금수’라는 초강력 대응에 나설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 농림수산성 간부는 아사히신문에 “(중국이) 뭔가 대응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여기(전면 금수)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로 인해 일본 수산업계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일본 수산백서(2023년)를 보면, 지난해 일본의 전체 수산물 수출액(3873억엔, 약 3조5182억원) 가운데 중국의 비중은 22.5%였다. 오염수 방류로 인해 전체 수산물 수출 물량의 4분의 1이 하루아침에 판로를 잃게 된 셈이다. 홍콩(19.5%)도 수산물 수입 금지 지역을 후쿠시마 등 인근 ‘4개 현’에서 ‘10개 현’으로 대폭 늘려 추가 피해가 예상된다.
어민들은 정부를 성토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지난 21일 기시다 총리와 만나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던 사카모토 마사노부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마이니치신문에 “전국의 어업인들이 엄청나게 놀란 상태”라며 니시무라 경제산업상에게 전화를 걸어 “금수 조치 철회를 중국에 재촉해달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엉뚱한 피해를 입게 된 후쿠시마 이외 지역의 어업인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의 수산물 수출품 가운데 단일 품목으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것은 가리비(23.5%)다. 가리비의 주요 산지인 홋카이도 북부 사루후쓰무라 어업협동조합의 모리 도요아키 전무는 “앞으로 영향이 클 것이다. 시간이 있었는데 정부는 뭘 했느냐”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사진)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한겨레 자료사진, 총리 관저 누리집 갈무리
일본 정부는 급한 대로 이미 확보한 800억엔(약 7263억원)의 대책 기금으로 수산물 매입 등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액(871억엔)은 전체 기금보다 많다. 게다가 수산물 매입 등에 배정된 액수는 전체의 절반에 못 미치는 300억엔에 불과하다.
우려했던 소문 피해도 나타나기 시작됐다. 후쿠시마현 바로 아래 있는 이바라키현의 오이가와 가즈히코 지사는 24일 기자회견에서 “현에서 생산된 수산물에 대해 ‘방류가 시작되면 거래를 삼가고 싶다’ ‘가격을 낮춰달라’ 등 피해 사례가 여러건 확인됐다. 경제산업성과 수산청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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