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야 게이지 일화의원간담회 회장. 누리집 갈무리
대만을 방문하는 일본 국회의원단 규모로는 역대 최대인 43명의 의원이 대만을 방문해 건국기념일(쌍십절) 행사에 참여하고, 차이잉원 총통을 만난다. ‘중국의 위협’이라는 공통 과제에 대응하려는 일본과 대만의 정치인들이 활발히 왕래하며 협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후루야 게이지 ‘일화의원간담회’ 회장은 7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간담회 소속 의원 43명이 7일부터 10일까지 대만을 방문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방문에 대해 “사상 최대 규모의 국회의원 방문이다. 차이잉원 총통도 만날 예정”이라며 “대만을 지원하려는 큰 의지의 표현”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또 미-중 전략 경쟁의 최전선인 대만 문제와 관련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세계의 평화와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일 수교 이듬해인 1973년 3월 만들어진 일화의원간담회는 일본의 여당·야당 의원이 모두 모인 초당파 모임으로 일본과 대만 간의 우호협력을 위해 노력해왔다.
일본 의원단은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대만의 여야 각 진영과 교류하는 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후루야 회장 등은 10일 대만 건국기념일 행사에 참여하고, 같은 날 차이 총통을 만난다. 교도통신은 “차이 총통을 만나 대만을 포함한 지역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2024년 1월로 예정된 총통 선거에 나서는 여러 후보를 두루 만난다. 집권 민주진보당 후보로 나서는 라이칭더 부총통과 제1야당인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 제2야당인 민중당 커원저 후보와도 면담이 예정돼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여야 모두와 신뢰 관계를 구축해 새 정부와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대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간담회 소속 의원들은 이번 방문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바다 방류에 따른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문제도 논의할 방침이다. 다키나미 히로후미(참의원) 간담회 사무국 차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대만 파인애플’ 사례를 언급하며 “일본의 수산물을 대만 국민들이 소비해달라고 호소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이 2년 전인 2021년 3월부터 대만 파인애플의 수입 금지를 결정한 뒤, 상당량을 일본이 대신 수입해 소비하고 있다.
대만 부총리급 인사인 정원찬 행정원 부원장이 올해 6월 일본 도쿄에서 아소 다로 일본 자민당 부총재를 만난 뒤 사진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현직 행정원 부원장의 방일은 29년 만이다. 정 부원장 에스엔에스 갈무리
간담회 소속 의원단과 별도로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정무조사회장도 9일부터 사흘간 대만 타이베이와 가오슝을 방문한다. 가오슝에서는 안보 등을 주제로 강연에 나서며 현지인들의 기부로 지난해 만든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동상도 둘러볼 계획이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자민당 간부의 대만 방문은 올해 8월 아소 다로 부총재 이후 처음이다. 중국이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1972년 9월 중국과 수교하며 대만과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 이후 중-일 관계의 안정을 위해 양국의 정치지도자 교류에 신중한 자세를 취해왔다. 중국은 유일한 합법 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이며 중화민국(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서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커지며 일본에선 “대만 유사사태는 곧 일본 유사사태”라는 인식 아래 대만과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엔 지난 6월 대만 정원찬 행정원 부원장이 일본을 방문했다. 현직 행정원 부원장의 방일은 1994년 이후 29년 만이었다. 7월엔 제1야당인 국민당 허우유이 총통 후보가 일본을 찾았다. 국민당 총통 후보의 방일도 16년 만이었다. 일본도 아소 자민당 부총재가 8월 대만을 방문해 “일본과 대만, 미국 등이 ‘싸울 각오’를 갖는 것이 억제력에 도움이 된다”고 발언했다. 자민당의 2인자인 부총재가 대만을 방문한 것은 51년 만이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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