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태평양전쟁 에이(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17일 기시다 총리가 ‘추계 예대제’(가을 큰 제사)를 맞아 ‘내각총리대신 기시다 후미오’ 명의로 ‘마사카키’(상록수의 일종인 비쭈기나무)라는 공물을 봉납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기시다 총리가 신사에 직접 참배는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자민당 내 온건파를 대표하는 기시다 총리는 그동안 각료 등을 지내면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거나 공물을 봉납한 적이 없지만, 2021년 10월 총리직에 오른 뒤 공물을 봉납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7번째다.
기시다 내각의 각료인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전날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사비로 다마구시(비쭈기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 대금을 봉납했다.
도쿄 지요다구에 세워진 야스쿠니신사는 1867년의 메이지 유신을 전후해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본이 일으킨 여러 침략전쟁에서 일왕을 위해 목숨을 바친 246만6천여명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이다. 이 가운데 약 90%는 일본의 태평양전쟁(1941년12월~1945년8월)과 연관돼 있다. 이 전쟁에 책임이 있는 에이(A)급 전범 14명은 1978년 합사 의식을 거쳐 야스쿠니에 봉안됐다. 이 때문에 일본의 현직 총리가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면 일본이 침략전쟁을 반성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돼 주변국들이 반발하는 등 큰 외교적 문제가 되어 왔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