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일본

“일본에서 ‘한국 책’으로 할 수 있는 거 다 하고 싶어요”

등록 2023-11-21 19:26수정 2023-11-22 02:39

[짬] 올해 5년 맞은 K북 페스티벌 김승복 실행위원장

2019년부터 ‘케이북(K-BOOK) 페스티벌’ 실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승복(53) 한국 문학 전문출판사 쿠온(CUON) 대표.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2019년부터 ‘케이북(K-BOOK) 페스티벌’ 실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승복(53) 한국 문학 전문출판사 쿠온(CUON) 대표.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일본에서 어떻게 하면 한국의 좋은 작품들을 계속 알려낼 수 있을까, 이런 고민 속에서 탄생한 것이 케이북(K-BOOK) 페스티벌입니다.”

한국 책을 일본에 널리 알리는 ‘케이북 페스티벌 2023’이 26일까지 일본 전역에서 진행된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일본 ‘케이북 진흥회’가 공동 주최하고 한·일 출판사, 일본 서점, 작가, 편집자, 번역가, 독자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다. 올해 5년이 됐다. 첫 회인 2019년부터 페스티벌 실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승복(53) 한국 문학 전문출판사 쿠온(CUON) 대표를 15일 일본의 대표적 서점가인 도쿄 진보초에서 만났다.

“출판사 설립 초기에는 한국 책을 일본에 많이 선보이는 게 중요했어요. 한국 문학 번역 작품이 점점 늘어난 뒤로는 이런 흐름을 어떻게 지속할지가 최대 고민이었죠. 답은 간단해요. 서점에서 잘 팔리고, 도서관에 많이 배치되도록 만들어야죠. 그래야 출판사들이 다음 책을 낼 수 있거든요.” 그는 한국 관련 서적을 일본 독자들에게 좀 더 밀착시키기 위해 일본 출판사·서점과 손을 잡았다. 페스티벌을 계기로 일본 서점에 한국 서적코너를 만들고, 다양한 이벤트로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전략이다.

이번 페스티벌엔 일본 서점 200여곳과 한·일 출판사 40곳이 참여했다. 한국 책을 사면 특수 제작한 종이봉투와 책갈피, 한국 서적 가이드북을 선물로 준다. 매년 페스티벌 주제가 달라지는데, 올해는 ‘넘고 넘어’다. “코로나19를 ‘넘어’ 한국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다시 만나고 싶다는 의미가 들어 있어요. 국경·언어·장르를 넘어 책으로 공감대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개인마다 넘어왔거나 넘어야 할 무언가가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페스티벌 기간에 한국 작가들이 일본 독자들을 직접 만나는 시간도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김소연·오은 시인은 이달 21~26일 일본 규슈의 후쿠오카·구마모토에 이어 도쿄에서 ‘한국 시’를 주제로 독자들과 대화한다. 25~26일 도쿄 진보초에선 이틀 동안 온·오프 동시로 한류 20년, 작가와의 대화, 퀴즈 대회, 한·일 작가 대담 등 행사가 마련돼 있다.

김 대표의 이런 노력이 쌓여 일본에서 한국 문학이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일본에서 23만부 이상 팔렸고,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는 15만부 이상 나갔다. 김수현 작가 에세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무려 58만부 이상 팔려 한국 출판물 일본 판매 최다 기록을 세웠다.

“크게 인기를 끈 작품이 나오면서 한국 책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는 게 놀라운 변화죠. 소설·에세이가 여전히 강세지만 최근 시집이나 인문서들도 많이 출판되고 있어요.”

일본 전역에 한국 책 알리는 행사

서점 200곳과 한·일 출판사 참여

김소연·오은 등 작가와의 대화도

“한류 영향으로 일본서 한국 책 관심

젊은층 인식 변화 비슷한 것도 영향

두 나라 작가 참여 문예지 구상 중”

출판 강국 일본에서 한국 책이 어떻게 사랑을 받게 된 것일까. “예전에 한국에서도 일본 영화·드라마·노래가 인기를 끌더니 결국 문학으로 이어졌어요. 일본도 비슷해요. 한류가 강하잖아요. 이런 것들이 누적되면서 자연스럽게 책으로 관심이 옮겨간 것 같아요.” 그는 한·일 젊은 층의 인식 변화가 상당히 비슷해지고 있는 것도 인기 요인이라고 했다. “한·일 출판시장을 보면 페미니즘이나 인생관 등 사회적 흐름과 고민들이 많이 닮았어요. 한국 문학이 지닌 독특한 매력도 있지만,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것이 한국 책을 읽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일본 도쿄 대형서점 ‘기노쿠니야’ 2층 ‘한국 코너’에 다양한 한국 작가의 책이 진열돼 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일본 도쿄 대형서점 ‘기노쿠니야’ 2층 ‘한국 코너’에 다양한 한국 작가의 책이 진열돼 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서울예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한 김승복 대표는 1991년 일본으로 유학을 와서 자리를 잡은 ‘뉴커머’다. 니혼대에서 평론을 공부하고 일본 광고회사에서 일하다가 2007년 쿠온 출판사를 만들어, 한국 문학 시리즈를 번역해 내기 시작했다. 한국 책을 팔고 알리기 위해 2015년 일본 서점이 밀집해 있는 진보초에 ‘책거리’라는 이름의 북카페를 열었다. 이곳을 ‘사랑방’ 삼아 북토크 등 1년에 100여차례 행사를 하고 있다.

“사실 일본에서 공부를 끝내고 한국에서 취업할 생각이었는데, (1997년 말) 아이엠에프(IMF)가 터져 어렵게 됐습니다. 일본 광고회사도 잘 나가다가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일이 줄어 타격이 컸어요. 그때 ‘외부 요인으로 내 인생이 좌지우지 되는 것은 이제 끝내자’고 마음 먹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자 생각해 1인 출판사를 차렸죠.”

출판사를 만들고 잠시 지나 그는 일본 전역에서 한국 책이 유통될 수 있도록 시장 자체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처음엔 좋은 문학 작품을 일본에 잘 소개하자고 생각해 우리 출판사 일만 신경을 썼어요. 하지만 일본 서점에 한국 코너가 없으면 책 팔기가 힘들어요. 그때부터 시장을 키우기 위해 일본 출판사를 상대로 좋은 한국 작품을 소개하는 일도 시작했죠.” 지금은 한류붐과 맞물려 일본 서점에서 ‘한국 코너’가 급속히 확대됐다.

그가 또 공들인 분야는 훌륭한 번역가를 찾는 일이다. 2017년부터 매년 한국 단편 2개를 선정해 ‘번역 콩쿠르’ 대회를 하고 있다. 수상을 하면 책 발간으로 이어져 ‘번역가’로 데뷔가 가능한 만큼, 인재들이 몰린다. 응모자만 한해 150~200여명이다. “좋은 한국 작품을 잘 번역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일본에서 한국 문학이 자리를 잡은 것은 한국 정부의 지원도 한 몫을 했어요. 다만 이제는 문학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좋은 책이라고 생각되면 장르에 상관없이 지원을 하도록 변화가 필요한 것 같아요.”

‘한국책 전도사’로 인생을 걸었던 김 대표는 지난해 암에 걸려 생사를 오가는 상황까지 갔다. 다행히 수술이 성공해 지금은 몸이 거의 회복됐다. 건강을 되찾자 새로운 도전도 구상 중이다. “한·일 작가들이 같은 주제로 글을 써서 양국의 독자들이 읽을 수 있게 문예지를 만들고 싶어요. 1년에 한두번 내면 어떨까 생각해요. 한국 문학이 일본에서 성장하면서 이게 가능한 시대가 된 거죠.” 김 대표는 “한국 책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활주로 끝에 콘크리트 벽이 왜 있나…범죄 수준의 시설물” 1.

“활주로 끝에 콘크리트 벽이 왜 있나…범죄 수준의 시설물”

제주항공 ‘동체 착륙’ 이례적 대참사…과거 사례는 달랐다 2.

제주항공 ‘동체 착륙’ 이례적 대참사…과거 사례는 달랐다

영원한 ‘줄리엣’ 올리비아 핫세 가족 품에서 잠들다…향년 73 3.

영원한 ‘줄리엣’ 올리비아 핫세 가족 품에서 잠들다…향년 73

”우크라에 전력 공급 중단”…슬로바키아, 에너지 보복 조처 밝혀 4.

”우크라에 전력 공급 중단”…슬로바키아, 에너지 보복 조처 밝혀

‘별세’ 지미 카터 전 대통령…냉전 승리와 미국 혁신 기반 만들어 5.

‘별세’ 지미 카터 전 대통령…냉전 승리와 미국 혁신 기반 만들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