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참의원 선거 투표일인 2022년 7월 10일 오후 일본 야마구치현 야마구치시에 있는 에지마 기요시 자민당 후보의 진영에서 관계자가 작업 중인 가운데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사진이 담긴 자민당 홍보물이 놓여 있다. 야마구치현은 2022년 7월 8일 유세 중 총격을 당해 목숨을 잃은 아베 전 총리의 선거구(지역구)였다. 야마구치 교도/연합뉴스
일본 집권 여당인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 소속 10명 이상의 의원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민당 내 정치자금법 위반 문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3일 자민당 내 아베파 소속 10명 이상의 의원이 비자금 조성 혐의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다른 파벌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포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비자금 혐의가 있는 의원과 파벌 운영 간부 등 수십 명을 대상으로 소환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신문은 “검찰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서 수사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혐의가 구체화되고 있는 아베파의 경우 2018~2022년 개최된 정치자금 모금행사에서 약 6억6천만엔의 수입이 있었다고 정치자금수지 보고서에 기재했다. 하지만 실제 수입은 보고서에 적힌 금액보다 많았다. 이 차액을 할당량보다 많은 돈을 모금한 아베파 소속 의원 10명 이상이 비자금 형태로 챙겼다는 것이다. 이 금액만 5년 동안 1억엔(약 8억8천만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베파의 경우 최근 5년 사이 회장을 지낸 호소다 히로유키 전 중의원 의장과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이미 사망한 상태다. 이런 이유로 2019년부터 2년 가량 아베파 사무총장을 지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이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정치자금 행사의 초과 수익 문제는 다른 파벌에서도 보고서 미기재 등의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부는 아베파를 비롯해 자민당 내 파벌에서 모금 수익의 일부를 비자금으로 돌리는 수법이 폭넓게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치자금을 기재하지 않거나 허위로 작성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엔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집권 여당을 겨냥한 검찰의 정치자금 수사가 기시다 후미오 내각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최저 수준이다. 정치권에서 돈 문제가 발생하면 지지율 하락으로 직결돼 왔다”며 “이번 의혹으로 여론의 평가가 더 떨어질 수 있어 기시다 총리의 정권 운영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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