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직격탄…“A급 전범 이름 삭제해야”
일본 제1 야당인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 새 대표가 취임 직후부터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오자와 대표는 최근 일본 언론들의 대담프로그램이나 인터뷰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잘못”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뒤, 야스쿠니에 A급 전범을 합사한 자체를 문제삼았다. 그는 “야스쿠니는 신사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전몰자의 위령을 위한 것”이라며 “전쟁을 주도했던 큰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애초 야스쿠니에 합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A급 전범은)일본 군인들에게 포로가 되느니 죽으라고 해놓고 자신들은 살아서 포로가 된 사람들로, 전사자가 아니므로 야스쿠니에 모셔질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오자와는 야스쿠니 문제 해결책으로 야스쿠니에 안치된 전몰자 명부에서 A급 전범의 이름을 삭제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분사라는 말은 합사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며 “사실상의 합사 상태를 없애면 된다”고 말했다.
‘아킬레스건’을 겨냥당한 고이즈미 총리는 10일 “(A급 전범 분사는)정부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며 즉각 반박했다. 그는 이어 참배에 대해 “중국이 하지 말라고 하니 그러는 것인지, 전몰자에게 추도의 뜻을 바치는 게 안 된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비꼬아, 오자와가 중국의 외압에 굴복한 듯한 인상을 심으려 애썼다. 아베 신조 관방장관도 “정부가 합사 취소를 요청하면 헌법이 보장한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정교분리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고이즈미와 아베가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야스쿠니 논란의 증폭을 막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총리의 참배를 반대하는 자민당 온건파들과 민주당의 연대를 통한 ‘반고이즈미·아베 포위망’이 구축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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