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련회장 물러나며 자평…고이즈미식 개혁 앞장
재계 입김 늘렸지만 야스쿠니 참배 등 비판 없어
재계 입김 늘렸지만 야스쿠니 참배 등 비판 없어
일본 최대 경제단체 일본경제단체연합회(니혼게이단렌)의 오쿠다 히로시(73·사진) 회장이 24일 정기총회에서 미타라이 후지오(70) 캐논 회장에게 자리를 넘겨주었다.
4년 전 경단련(게이단렌)과 일경련(닛케이렌) 통합으로 출범한 일본경단련 초대 회장으로 4년간 재임한 그는 옛 경단련 회장까지 포함해 7년 동안 일본 재계 사령탑 자리를 지켜왔다. 조정형이 아닌 행동형이며, 직설적인 오쿠다가 경단련의 성격을 크게 바꾼 ‘거물 회장’이라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다.
오쿠다는 먼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나란히, ‘관에서 민으로’ ‘작은 정부’등을 내건 고이즈미식 개혁 추진에 앞장섰다. 그는 18일 마지막 정례 기자회견에서 고이즈미와의 ‘밀월’에 대해 “개혁 지향으로 파장이 잘 맞았다”고 회고했다. 재계에선 오쿠다의 최대 공적으로 재계의 정치적 영향력을 높인 점을 꼽는다. 대표적 사례가 “정치헌금은 사회공헌의 일환”이라며 1993년 이후 중단된 기업 정치자금의 알선을 2004년 재개하고, 정당의 정책평가를 공표한 것이다. 그는 재계가 돈을 내지만, 동시에 입김도 행사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철강·전력 등 중후장대형 기업들이 주류를 이뤄온 경단련을 정보기술업체 등 신흥기업들에 개방하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정리해고가 없는 도요타 출신답게 효율을 중시하면서도 미국식 약육강식과는 거리를 두는 ‘일본식 경영의 지킴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그는 “회사가 어렵다고 종업원을 무차별적으로 해고하는 기업가는 할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가 하면, 기업매수 논란이 잇따르자 “자사 주가동향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경영자는 게으른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러나 오쿠다는 고이즈미와 너무 가까워진 나머지, 한·중과의 관계를 최악으로 몰고간 야스쿠니 참배에 ‘쓴소리’는 끝내 하지 않았다. 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들이 주도한 담합사건이 빈발했지만 낙하산 거부는 관철 못시켰고, 문제 기업 퇴출도 권고 규정을 신설하는 선에서 그쳤다. 오쿠다가 퇴임하면서 스스로 매긴 성적은 70~80점이다. 그는 6월 도요타자동차 회장직도 조 후지오 부회장에게 넘기고 상담역으로 물러난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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