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참배로 한중 관계 악화” 강경 아베 후보와 차별화 시도
일본의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 가운데 한사람인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관련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대응을 강력히 비판해 관심을 끌고 있다.
후쿠다 전 장관은 27일 나고야에서 열린 공명당 참의원 의원 모임에 참석해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강행으로 한국, 중국과 관계가 악화된 데 대해 “참으로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야스쿠니에 가는 게 뭐가 나쁘냐고 하면 상대쪽도 감정적으로 된다”며 “정상끼리도 그렇고 국민들도 서로 감정적이 되는 건 가장 나쁜 일”이라고 지적했다. 직설적 표현을 삼가온 그의 평소 태도에 비춰 이날 발언은 고이즈미 총리의 대응에 대한 강력한 비판으로 보인다고 <마이니치신문>은 풀이했다.
후쿠다는 80분에 걸친 강연에서 경제발전을 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한국, 중국 등과의 관계 재구축이 긴급 과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경제동우회의 참배 자제 요구를 고이즈미가 “장사와 정치는 별개”라며 일축한 데 대한 반박으로 읽힌다.
그는 대중 관계 개선에 대해 “누군가가 냉정하게 하지 않으면 중요한 관계를 앞으로 유지하기가 대단히 어렵게 된다”고 말하고 “일본 국내의 논의가 너무 과열돼 큰 목소리가 나오고 그것이 한국과 중국에 전달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자민당 내부의 대중 강경론도 비판했다. 후쿠다는 또 논란이 되고 있는 재정재건 방안과 관련해 소비세율 5% 정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발언들은 아베 신조 관방장관 지지 세력의 주장과 명백히 대조되는 것으로, 차기 총재 선거의 주요 쟁점에 대한 견해를 명확히 함으로써 출마 의사를 좀더 강하게 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지지 세력에선 “아베 장관이 출마 의사를 분명히 하고 지지 의원연맹이 출범한 데 자극받은 것이 아니겠는가”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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