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배신자 가운데서 일본이 최악이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1972년 일본과 중국의 관계 정상화 움직임에 대해 이런 표현을 쓰며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일본 언론들이 28일 보도했다.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 ‘국가안전보장공문서관’이 정보공개법에 따라 입수해 26일 공개한 1969~77년 백악관 극비문서에 이런 내용이 나와 있다.
키신저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다나카 가쿠에이 일본 총리가 하와이에서 정상회담을 한 72년 8월31일 아침 내부 협의에서 ‘잽’(일본인의 비속한 표현)이라는 말을 쓰면서 일본을 비난했다. 그는 이어 “(문제는 일본이) 대중 관계 정상화를 부적절하게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만이 아니다. 중국 쪽은 원하지 않는다고 들었지만, 중국의 건국기념일에 맞춰 방문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중외교를 주도했던 키신저는 일본정부에는 알리지 않고 중국과 접촉했으나, 닉슨의 방중 이후 불과 7개월만에 중-일 공동성명이 발표되자 상당히 놀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키신저는 발언에 관한 <교도통신>의 질의에 서면으로 “일본에 대한 적대심을 반영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