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제창 강요에 가사 바꿔 저항
입학·졸업식 등 학교행사에서 국가인 기미가요 제창을 강요하는 일본 정부의 방침에 저항하기 위한 풍자 개사곡이 유행하고 있다.
1999년 국기국가법 제정 이후 몇가지 개사곡이 나왔지만, 지난 2월 졸업식 철에 인터넷 게시판이나 블로그를 통해 가장 널리 퍼진 풍자 개사곡은 영어로 가사를 만든 <키스 미>라고 <산케이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이 노래는 기미가요와 가사의 발음이 거의 비슷해 입모양만 봐서는 구분하기 어렵다. 첫 줄의 가사는 ‘Kiss me, girl, your old one’인데, ‘어’ 발음이 없는 일본식으로 읽으면 ‘키스 미, 가루, 유아 오루도 완’이 된다. 이들 단어의 뒷부분을 발음하지 않으면 기미가요의 원래 가사(키-미-가-요-와)와 흡사하게 들린다.
이 노래는 기미가요를 부르도록 강요당할 때 저항하는 새로운 수법으로 등장했다. 국기게양·국가제창에 반대하는 단체의 홈페이지에서는 이 노래를 ‘기미가요 개사곡의 걸작’ 또는 ‘어쩔 수 없이 기미가요를 불러야 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마음 속 저항을 떠받치는 작은 기둥’ 등으로 소개한다.
발음에 초점을 맞춘 것이어서 가사 내용은 난해하나, 일본군 위안부 출신을 만난 일본인 소녀가 전후 보상재판에서 역사의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보면서 숨진 위안부의 원한을 생각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국가가 살인을 강요했다는 것을 전하기 위한 노래라고 해석한 홈페이지도 있다.
일본 5음계를 기본으로 한 4분의 4박자 곡인 기미가요의 가사는 “천황의 통치시대는 천년 만년 이어지리라. 모래가 큰 바위가 되고, 그 바위에 이끼가 낄 때까지”라며 일왕의 시대가 영원하기를 염원하는 내용이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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