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혐의 ’무라카미펀드’로 고수익
“원금 · 수익 기부” 약속에도 ‘궁지’
“원금 · 수익 기부” 약속에도 ‘궁지’
내부자 거래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무라카미펀드에 투자해 도덕성 논란을 빚어온 후쿠이 도시히코(71·사진) 일본은행 총재가 엄청난 수익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퇴진 여론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후쿠이 총재가 20일 국회에 제출한 자산운용 자료를 보면, 그는 지난 1999년 10월 무라카미펀드에 1천만엔을 맡겨 지난해말 기준으로 모두 1473만엔의 투자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수익률이 약 150%에 이른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진지하게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거듭 고개를 숙이고, 6개월 동안 월급(203만6천엔)의 30%를 반납하고 투자원금과 수익을 모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21일 후쿠이 총재가 투자내역 공개와 사회환원을 통해 이 문제를 매듭지으려 했으나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총재불신 심각하다’는 제목의 1면 경제부장 칼럼을 통해 “총재는 자신이 초래한 문제의 심각함을 자각해야 한다”며 사실상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아사히신문>도 사설을 통해 “진퇴문제에 아직 결론이 내려진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 경제평론가는 “일본 은행의 총재로 취임할 때 펀드를 해약했어야 했다”며 “초저금리 상황에서 연 16%라는 고수익을 챙겼다는 것은 서민감각으로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야당에선 퇴진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자민당에서도 국민들의 불신 증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21일 “사퇴할 필요는 없다”며 후쿠이 총재를 감싸면서 재산공개 등 재발방지책 도입을 강조했다. 후쿠이 총재는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도 제로금리 조기해제 의지는 굽히지 않고 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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