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부활의 책임을 안고 지난해 6월 취임한 하워드 스트링어(왼쪽 두번째) 회장이 임원들과 함께 서서 활짝 웃고 있다.
전자쪽은 개선…재생 갈 길 멀어
일본의 소니가 외국인 최고경영자를 맞아들이고 1만명을 해고하는 등 본격적으로 위기 타개에 나선 지 꼭 1년이 됐다. 위기의 ‘원흉’으로 꼽힌 전자부문에서 일부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재생의 길이 순탄치는 않아 보인다.
지난해 6월 사령탑에 오른 하워드 스트링어(64) 회장과 주바치 료지(58) 사장은 전자부문 되살리기에 총력을 쏟았다. 그 결과, 지난해 가을 출시한 ‘브라비아’가 소니 제품으로는 오랜 만에 히트해 액정텔레비전에서 10∼12월 처음으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비디오카메라에서도 고화질 기종의 인기로 국내 점유율 수위를 달리고 있다. 부진했던 개인용 컴퓨터도 올해 판매량이 13% 늘어날 전망이다. 휴대용 음악기기에선 애플 아이팟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지만, 경쟁해볼 만한 태세를 갖췄다.
2006년 3월 결산에서 소니는 1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1913억엔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자부문은 309억엔 손실로 3년 연속 적자였지만, 구조개혁 비용 등을 고려하면 304억엔의 실질 흑자였다. 최악이었던 텔레비전 사업은 올 하반기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이런 성과는 높은 기술 수준과 세계적 브랜드만 믿고 유아독존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던 소니가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제품 생산’이라는 초심으로 돌아간 데서 비롯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자부문을 책임진 주바치 사장은 취임 직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수익성 개선이다. 꿈이 밥을 먹여주지 않으니 앞으로 1년은 비전을 얘기하지 말자”며 ‘소비자보다 (한걸음이 아니라) 반걸음 앞서 나가는 상품을 생산하는 자세’를 강조했다. 서두르지 않고 우직하게 상품력을 높여 나간다는 전략이다. 액정텔레비전에서 선두주자인 샤프에 비해 품질이 달리는 점을 인정하고 가격을 낮추는 등 판매전략도 더 현실화하고, 러시아·중국·인도 등 해외 시장 개척에도 주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전성기의 소니와 비교하면, 재생은 이제 겨우 첫걸음을 내딛은 데 지나지 않는다. 사상 최고 실적을 냈던 1998년과 비교하면 전자부문의 실질이익은 10분의 1이다. 비슷한 제품이라도 다른 회사보다 높은 값에 팔리던 ‘소니 프리미엄’의 위력도 사그러든 지 오래다. 지난 4월27일 예상 이상의 실적이 발표됐지만, 주가는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 시장의 회의적 시각이 여전함을 잘 보여줬다. 부진한 사업의 과감한 정리를 가로막은 내부 반발이나, 외국인 최고경영자와 일본인 간부 간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같은 난제도 남아 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