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와 이치로
고이즈미 야스쿠니참배 비판, 극우파 공세 맞서 ‘상식’ 대응
오자와 이치로(64) 일본 민주당 대표는 일본 우파의 대명사로 꼽혀온 인물이다. 개헌을 통한 군대 보유 등의 구상을 담은 ‘보통국가론’이 그의 작품이다. ‘원조 우파’나 다름없는 그가 일본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북 강경론이 비등한 요즘 아베 신조 관방장관을 필두로 한 극우파에 맞서 싸우는 ‘선봉장’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오자와 대표는 지난 19일 외국특파원클럽 회견에서 선제공격론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아베 장관 등이 공론화를 시도한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론에 대해 “적을 정해 사전에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난폭한 주장”이라며 “그렇게 되면 일본 정부가 적이라고 인정한 국가의 기지는 어디든 공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고 지적했다.
오자와는 극우파의 북 위협론 과장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는 등 매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북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북한이 “일본이나 다른 나라를 공격해, 국제사회를 적으로 돌려 전쟁을 벌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핵과 로켓 기술이 “일본이나 다른 나라를 공격해 파멸시킬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며 “독재·공포정치가 문제이며, 어떤 형태로든 연착륙시키는 게 정치의 과제”라고 말했다. 북한이 다른 나라를 공격할 정도의 군사력은 물론 의도를 갖고 있지는 않다는 얘기로, 가토 고이치 전 자민당 간사장 등 온건 보수 세력의 인식과 맥락을 함께 한다.
그는 18일 기자회견에서 “세계 각국의 공동작업이 아니면 효과가 없다. 유엔의 승인을 거친 강제력을 동반하는 행위가 아니면 안된다”며 미-일 주도의 대북 추가제재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오자와 취임 이후 민주당에선 대북 제재 주장이 쑥 들어갔다. 그는 ‘북한의 핵개발에 대응해 일본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아무런 플러스가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의 이런 발언들을 자민당과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 야당 대표라는 관점에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그렇지만 대북 적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오자와가 굳이 여론을 거스러는 주장을 펴 위험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이런 해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임 마에하라 세이지 대표가 자민당 우파보다 더 강경 성향을 띠어 한·중과 마찰을 빚은 것과도 매우 대조적이다.
이런 발언의 배경에는 유엔 중심의 국제 공헌이라는 오자와의 안보 구상이 자리잡고 있다. 그는 일본이 군대를 가져야 한다는 면에서 다른 우파들과 같은 생각이지만, 철저하게 유엔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에 공헌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이런 구상이 민주당에 포진한 옛사회당 계열 등 좌파와의 협의를 거치면서 군대 보유와 무력행사에 더욱 신중한 쪽으로 바뀐 것으로 풀이된다.
미-일 동맹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아베 등과는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일본이 미국에 추종해 중국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미·중과 이루는 삼각형의 중심에서 두 나라와 잘 조정하고 조화를 유지해 정치적·경제적 안정을 꾀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오자와는 이와 함께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도 강력히 비난하는 등 극우 세력과는 모든 현안에 걸쳐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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