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전범 유족도 ‘야스쿠니’ 합사 반대

히로타 전 총리 손자

A급 전범인 히로타 고키 전 일본 총리의 유족이 히로타의 야스쿠니 신사 합사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손자인 고타로는 “히로타 가문으로선 합사에 동의한 기억이 없다”며 “지금도 야스쿠니 신사에 조부가 모셔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이 27일 보도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이 “히로타 가문을 대표하는 것”이라며, “조부는 군인도, 전몰자도 아니었다. 야스쿠니와 히로타 가문과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히로타 전 총리는 도쿄 전범재판 뒤 처형된 7명의 A급 전범 가운데 유일하게 군인이 아닌 외교관 출신이다. 1937년 외상 재임 당시 발생한 난징대학살과 관련해 잔학행위를 중단하도록 각료회의에서 주장하지 않은 ‘부작위의 책임’ 등으로 기소됐다. 그러나 그는 군부의 압력을 받으면서도 태평양전쟁에는 반대했다는 평가를 받아, 그의 처형에 대한 이의도 제기됐다.

전후 히로타 가문은 전범 유족들의 모임에 참가하지 않았다. 1955년 4월 옛 후생성이 화장된 A급 전범 7명의 뼛가루를 유족에게 건네려 했을 때 유일하게 거부했다. 히로타의 유족은 그의 머리카락을 가마쿠라의 한 절에 안치해 제사를 지내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는 전후 전몰자 합사 결정권을 행사했으나, 합사 심사 과정에서 유족들의 동의는 구하지 않았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