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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아베 4월에 야스쿠니 참배” 총재선거 쟁점 재점화 조짐

등록 2006-08-04 18:51수정 2006-08-04 21:25

뒤늦게 밝혀져…일 내부서도 비판 봇물
차기 일본 총리로 확실시되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이 지난 4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과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는 것은 물론, 일본 정부·여당에서도 비판이 제기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4일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따, 아베 장관이 야스쿠니의 봄 대제(4월21∼23일) 직전인 4월15일 아침에 참배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관방장관 취임 뒤 첫 참배다. 관계자들은 아베 장관이 공용차를 이용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사적인 참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방명록에 ‘내각 관방장관 아베 신조’라고 공식 직함을 적었고, 연미복 차림으로 본전에 들어갔다.

아베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가 외교·정치 문제화한 상태에서 갔다, 안 갔다 또는 간다, 안 간다는 얘기를 할 생각은 없다”며 확답을 피했다. 그의 모호한 답변은 파장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자민당 간사장 등을 맡았던 2004~2005년에는 일본의 패전일인 8월15일 참배했던 그가, ‘조용한 참배’를 내세워 참배 시기를 앞당긴 것도 같은 취지다. 참배 사실을 지금 공개한 데 대해선, 강력한 총리 후보 경쟁자였던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의 불출마로 낙마 위험이 거의 없어졌다고 판단한 때문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그러나 이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8·15 참배 여부와 맞물려, 야스쿠니 문제가 총재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다시 부각될 전망이다.

차기 후보의 한 사람인 다니가키 사다카즈 재무상은 “이 문제에선 국익에 걸맞은 종합적 판단을 해야 한다”며 “주변국 배려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가토 고이치 전 자민당 간사장은 “관방장관은 정부와 국민의 대표이므로 참으로 곤란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 간부들도 일제히 불쾌감을 나타냈다. 아소 다로 외상은 곧 “총리가 되면 재임 중에는 야스쿠니를 참배하지 않겠다”고 밝혀, 아베 장관과의 차별성을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장관은 1993년 중의원 의원 당선 뒤 매년 야스쿠니를 참배해, 공약만 하지 않을 뿐 연례 참배를 강행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가 총리가 되면 주변국 관계를 최악으로 몰아넣은 고이즈미 총리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자제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기반을 잃게 됐다.

총리에 버금가는 정치적 비중을 가진 아베 장관의 참배로 고이즈미 총리의 8·15 참배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고이즈미 총리는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히하기 위해 오는 15일을 중심으로, 9월 퇴임 전까지 야스쿠니를 참배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한편, 정부 당국자는 “현직 관방장관이 야스쿠니에 참배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 정치지도자들이 인근 국가들과 진정한 선린우호 관계를 구축하고자 한다면 양식있는 대응을 해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이제훈 기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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