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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야스쿠니 신사는… 패전 이전까지 육·해군성이 관리

등록 2006-08-13 18:50

역내 ‘유슈칸’서 트는 영상물은
“조선·대만은 하나 돼 싸웠다” 외쳐
A급전범 14명 순국영령으로 합사

야스쿠니 신사는 일왕을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은 전몰자들을 신으로 받들어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한마디로 ‘전쟁 신사’다. 국민들의 전쟁 동원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장치였다. 국가가 나서 전쟁 희생자를 추앙함으로써 국민들이 전쟁터에서 끌려가 숨지는 것을 영예로운 죽음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이 때문에 야스쿠니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불려왔다.

메이지유신 이듬해인 1869년 정부군 희생자의 넋을 달래기 위해 설립한 도쿄초혼사가 그 전신이다. 10년 뒤 ‘나라를 평안하게 한다’(靖國)는 뜻의 지금 이름으로 바뀌었다. 전쟁 신사라는 특수한 성격 때문에, 일반 신사와 달리 내무성이 아닌 육·해군성이 관리를 맡았다. 신사 안에 일본 근대 육군의 창설자인 오무라 마스지로의 동상이 서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야스쿠니 건립에 힘을 쏟아 군국주의 일본의 기초를 다진 인물이다.

1945년 패전 뒤 야스쿠니는 정부기관에서 일반 종교법인으로 형태가 바뀌었다. 그렇지만 본질에는 변화가 없다. 합사자 선정 등은 정부가 사실상 관장해 왔다. 우익들의 전범 명예회복과 야스쿠니 합사 강행으로, 야스쿠니는 침략전쟁 정당화 논리를 확산시키는 기지로 자리잡았다. 야스쿠니는 78년 태평양전쟁의 주범인 A급 전범 14명을 합사해 순국영령으로 받들었다. 일제 침략전쟁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야스쿠니의 역사관을 확연히 드러내주는 건물이 본전 오른쪽에 자리잡은 전쟁박물관 ‘유슈칸’이다.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이 치른 전쟁이 모두 자위를 위한 전쟁이라고 강변하고, 전쟁을 미화하는 전시물들로 가득차 있다. 중일전쟁은 평화를 거부한 중국의 의도 때문에 발발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태평양전쟁은 미국·영국 등 연합국의 봉쇄로 일본이 강요당한 것처럼 돼 있다. 전쟁 말기 자살공격을 감행한 특공대원들의 유품과 유서들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한다는 결의로 넘쳐난다. 일제의 가해 사실이나 전쟁의 참혹함은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다.

뒤틀린 역사관의 정수는 전시실 옆에서 상영되는 50분짜리 다큐멘터리다. 현재 상영 중인 〈우리는 잊을 수 없다〉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는 “은인자중하던 일본이 미국의 음모로 어쩔 수 없이 참전했다” “전범은 일본을 침략국으로 단죄한 도쿄재판의 부당성을 폭로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조선과 대만, 태평양 섬나라 사람들도 하나가 돼 싸웠다” 등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그리고는 “순국한 영령들에 대한 감사와 일본인의 자부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외쳐댔다.

10일 도쿄에 거주하는 26살 여성은 신사를 찾은 뒤 방명록에 “일본인이란 게 매우 자랑스럽다. …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는 소감을 남겨 놓았다. 야스쿠니의 해독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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