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 “네 탓” 치열한 외교공방
러시아와 일본의 영유권 분쟁지역인 북방 4개섬(남쿠릴열도) 부근 해역에서 지난 16일 발생한 일본 선원의 피격 사망사건을 둘러싸고 두 나라가 치열한 외교공방을 벌이고 있다.
16일 오전 홋카이도 네무로 앞바다 가이가라지마 부근 해역에서 대게잡이를 하던 일본 어선이 러시아 경비정의 총격을 받고 나포되는 과정에서 1명이 사망하자, 일본 외무성은 강력히 항의하며 사죄와 배상을 요구했다. 아소 다로 외상은 “어떤 이유에서든 인명을 해친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거세게 비난했다. 일본은 억류된 선원 3명의 즉각 석방과 사망자 주검의 인도를 촉구했다. 러시아 쪽은 경고사격으로 인한 우발적 사고라고 해명하면서, 나포된 일본 선원들은 자국법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강경한 자세를 분명히 했다. 사할린주 검찰당국은 “러시아 영해에서 금지된 조업을 하던 이 어선이 정선명령을 무시하고 도주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두 나라의 해묵은 어업·영토분쟁과 뒤얽혀 있어 해결 전망이 밝지 않다. 두 나라는 현재 홋카이도와 남쿠릴열도 사이에 중간선을 그어 상대 쪽 해역에서 조업을 할 때는 사전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렇지만 러시아 해역이 대게·조개·문어 등이 풍부한 황금어장이어서 일본 어선들의 불법 어로행위가 끊이지 않는다. 러시아는 최근 일본 쪽에 여러 차례 이에 대한 단속을 요구했다는 점을 들어, 이를 방치한 일본 당국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가 일본과의 영토 협상이 지지부진해지자 쿠릴열도 일대의 본격 개발에 나서면서 국경경비를 엄격히 한 것도 한 원인이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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