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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본 “41년 만에 왕자 탄생” 들썩

등록 2006-09-06 18:47수정 2006-09-06 22:36

일본 왕가에 41년만에 처음으로 사내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이 들린 6일 수도 도쿄의 어린이들이 이를 축하하기 위해 잉어 모양의 대형 장식 깃발을 휘날릴 준비를 하고 있다. 도쿄/AP 연합
일본 왕가에 41년만에 처음으로 사내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이 들린 6일 수도 도쿄의 어린이들이 이를 축하하기 위해 잉어 모양의 대형 장식 깃발을 휘날릴 준비를 하고 있다. 도쿄/AP 연합
둘째 왕자비 제왕절개 출산…언론 생중계
업계 축하이벤트 잇따라…‘여왕 인정안’ 쏙
6일 태어난 한 아기의 울음소리가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다. 일본 왕실에서 41년만에 태어난 사내아기다. 대잇기에 골머리를 앓아온 왕실은 한시름을 놓았고, 일본 열도는 온통 축하 분위기로 뒤덮였다.

떠들썩한 열도= 아키히토 일왕의 둘째 아들 아키시노노미야의 부인인 기코(39) 왕자비는 이날 오전 입원 중인 도쿄 미나미아자부 아이쿠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아들을 낳았다. 궁내청은 “신생아는 몸무게 2558g, 키 48.8cm로, 표준보다는 작지만 건강한 상태”라고 밝혔다. 기코는 애초 자연분만으로 출산할 예정이었으나 태아가 자궁 입구에 자리잡은 ‘부분전치태반’이라는 진단이 나와, 왕실 역사상 처음으로 민간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

왕실에서 사내아기가 태어난 것은 1965년 아키시노노미야 이후 41년만이다. 그동안 여자만 9명 태어났다. 일왕의 장남인 나루히토 왕세자는 4살짜리 딸, 아키시노노미야는 딸 2명을 두고 있다. 남자만 왕위를 잇도록 규정한 현행 왕실전범에 따라, 이 아기는 나루히토와 아키시노노미야 다음으로 왕위 계승순위 3위가 됐다.

일본 방송들은 이날 아기를 출산한 병원과 궁내청 앞에서 생중계를 하는 등 특집프로그램을 편성해 관련 뉴스를 수시로 내보냈고, 신문들은 일제히 호외를 발행했다. 일본 전역에서 국민들의 축하 메시지가 이어졌다. 일부에선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무료로 나눠주고 축하 현수막을 내거는 등 축하 이벤트도 잇따랐다. 극심한 저출산에 시달리는 일본에선 이 아기의 탄생으로 ‘출산 붐’에 대한 기대가 고조돼, 최근 유아용품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열광하는 수구파 = 왕실 못지 않게 이날 출산을 고대해온 세력이 일본의 수구파다. 왕위계승의 어려움으로 천황제의 기반이 흔들리는 데 대한 위기감이 높았던 이들에게 사내아기의 출산은 복음이나 다름없다. 여성·여계 일왕을 인정하는 왕실전범 개정안이 백지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수구파는 고대로부터 부계를 통해 이어져온 천황가의 ‘만세일계’가 끊어진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왕실전범의 개정에 강력히 반대해왔다.

왕실전범 개정 논의는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전문가회의를 구성하면서 본격화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올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2월 기코의 임신 소식이 전해지면서 개정안 국회 상정은 보류됐고, 개정 논의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일본 정부가 내년 정기국회에도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하는 등 개정 논의는 한동안 잠잠해질 전망이다. 차기 총리가 확실시되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도 “왕실전범 문제는 국민 여론을 들어 신중하고 냉정하게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왕실에 남자가 드문 것은 여전한 만큼 안정적 왕위계승을 위해선 왕실전범을 손질해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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