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경정·경륜 등 공영도박 매출 14년새 절반…지자체 비상
각종 불법 도박과 사행성 게임이 기승을 부리는 한국과 달리 일본 도박업계에선 찬바람이 거세다. 법으로 인정된 경마·경정·경륜 등은 10년 가까이 내리막길을 걸어, 주관하는 지자체와 단체들이 수입감소로 울상을 짓고 있다.
지자체가 주관하는 지방경마 등 공영 도박의 절정기는 거품경제가 한창이던 1991년이었다. 당시 전체 매출액이 5조5051억엔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 줄곧 하향곡선을 그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이 2조3340억엔으로, 14년만에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그동안 경마·경정·경륜장 11곳이 문을 닫았다. 일본중앙경마회가 주관하는 중앙경마는 매출액이 97년 4조엔에서 지난해 2조8900억엔으로 줄어드는 등 8년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거품 붕괴 이후 불황이 계속됐고, 레저문화가 다양해진 점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공영 도박에 관한 법률에는 매출액의 75%를 고객의 배당금으로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다. 따라서 남은 25%에서 관련 단체 납부금과 운영비 등을 제한 것이 지자체의 수입이다. 그 규모는 91년 3497억엔에서 2004년 186억엔으로 뚝 떨어졌다.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해 일반회계에서 적자를 메워넣는 지자체도 속출했다. 주민의 혈세를 엉뚱하게 쏟아붓는 일은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자체 등은 인건비를 깎고 광고와 팬서비스를 늘리는 등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고치현 경마장은 지난 7월 소프트방크 그룹과 제휴해 마권을 인터넷으로 발매하기 시작했다. 이런 방법으로 젊은 네티즌들을 끌어들여 수입을 조금 늘렸다.
자동차경주 중앙단체인 일본소형자동차진흥회는 상금총액·경주일수·중복개최를 줄이고 장외발매를 크게 늘리는 등 구조개혁을 단행해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 매출액이 0.1% 늘어나, 14년만에 감소세에서 벗어났다.
오사카의 한 경륜장은 7월부터 부근의 경정장과 연계해 무료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경정장과 경륜장에서 경주권을 상호발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양쪽은 라이벌 사이지만, 살아남기 위해 서로 손을 잡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일본의 ‘국민도박’으로 불리는 파친코 또한 사정이 그다지 좋지 않다. 경찰청과 파친코업계에 따르면, 2005년 파친코 매장의 수는 1만5165곳으로 10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매장 이용객의 연인원도 과거 3천만명 가까운 수준에서 1800만명 이하로 크게 줄어들었다. 이용객의 베팅 액수가 커져 전체 매출액은 29조엔 대에서 유지되고 있다. 일본에서 카지노는 법으로 금지돼 있으며, 인터넷 도박도 사회문제로 거론될 정도는 아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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