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통치스타일·이력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는 ‘싸우는 정치가’를 자신의 상표로 내세우고 있다. 어떤 비판을 받더라도 정치적 신념은 굽히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의 언행은 극우 이념에 상당히 충실한 편이다.
하지만 아베에게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같은 뚝심이나 고집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는 독단적 사고를 바탕으로 과감한 결단력을 행사하는 고이즈미의 돌파형 리더십과는 거리가 있다. “신념은 뚜렷하지만 대가 세지 않다”는 게 대체적 평이다. 그는 주변의 얘기를 많이 듣고 신중하게 행동을 결정한다고 한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부에 대해 확언을 피하기로 한 것이나 침략전쟁 인식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을 때 자신의 문제성 발언을 즉각 수정한 것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런 점에 비춰 아베의 리더십은 수평적이고 통합형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베식 통치의 첫 작품은 25·26일로 예정된 당 3역과 각료 인사다. 그는 고이즈미의 전례에 따라 파벌 배려는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럼에도 고이즈미식의 ‘깜짝쇼’를 예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파벌 간의 산술적 평균은 피하겠지만, 중진과 소장파의 균형을 통해 새 정권의 기반 다지기를 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아베는 총리실 중심의 국정 운영을 통해 정권의 구심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총리실 기능과 관방장관의 역할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총리 보좌관을 2명에서 5명으로 늘리고, 젊은 측근들을 발탁해 핵심 현안을 분담시킬 계획이다. 외교안보 관련 정보분석과 정책입안을 위한 일본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나 중앙정보국(CIA) 설치 구상도 같은 맥락이다. 자민당 정조회 간부들이 내각 부대신을 겸임하는 정부·여당 일체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자신이 역점을 둬온 외교안보·교육 등은 직접 챙기고, 취약 분야인 경제는 전문성을 가진 해당 각료에게 일임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의 ‘정치적 스승’은 A급 전범으로 기소됐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다. 과거 침략전쟁이나 헌법 개정, 핵무기 보유 등에 대한 아베의 인식은 기시를 꼭 빼닮았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전해진다.
1993년 첫 당선된 아베는 화려한 가문의 후광에도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다. 2000년 온건 보수파가 장악했던 당의 주도권이 기시의 파벌을 물려받은 모리 요시로로 넘어온 뒤부터 잇따라 중용됐다. 그는 안보·납치·영토·교육 등 여야를 망라하는 광범위한 우파 의원모임에서 중추적 구실을 해왔다. 한국 드라마의 열성팬인 부인 아키에(44)는 모리나가제과 창업주 집안 출신이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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